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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서가 Dec 19. 2023

02.초고를 쓰는 마음

[초보 작가입니다]

죽기 살기로 해보자!

의심하지 말자!


맞다 안 맞다 의심하지 말고!

이 길을 의심부터 하려 들지 말자!


의심이 든다는 건 자신이 없다는 말,

열심히 뛰지 않은 자기 자신을 탓해라.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자!

틈틈이 휴식도 취하고 삶도 즐기며 앞을 향해 가자


이제 너의 인생 제3막이 시작되었다.






각오 한번 비장하다. 마치 전장에 싸우러 가는 장군 같은 느낌이다. 이 년 전 핸드폰 메모장에 <다짐>이란 제목으로 작성했다.


독서논술 강사로 첫 발을 딛기 딱, 하루 전이다.

시작하면 분명 온갖 부정적이고 나약한 말들이 날 에워쌀 걸 알았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거세게 몰아치겠지.

부적. 용기를 줄 글이 필요했다. 핸드폰을 열어 노란 메모장에 쐐기의 말들을 한 글자 한 글자 적었다.


번일까? 메모장을 연 횟수가.

한숨 쉬며, 고개 숙이며, 하늘 보며. '거봐~ 그럴 줄 알았어. 괜찮아. 어차피 다 지나가' 수없이 외치며 글을 읽었다.





초고 쓰는 요즘 내 마음은 이렇다.

하루는 괜찮다.


'잘하고 있어.'

'쓰려고 의자에 앉은 것만도 대단해. 잘했어'

'처음엔 다 그래~ 기죽지 말고 무조건 써'


하루는 괜찮지 않다.


'이런 이야기로는 책은 힘들겠어.... '

'왜 자꾸 한 얘기 반복하고 있는 것 같지?'

'세상에 이런 얘기는 널리고 널렸어!'

'이 내용 쓴 거 같은데? 안 썼나? 아... 머리 아파'



매일 나약해지는 마음을 부여잡기 위해 분투 중이다.

스스로 용기를 북돋기 위해 애쓰다, 이내 좌절한다.

대자로 뻗어 버린 마음을 간신히 끄집어 컴퓨터 앞에 앉히길 반복한다.


 "초고는 쓰레기다." 워낙 많이 들어 귀에 박힌 헤밍웨이의 말이다. 초보작가에게 이 문장은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일으킨다.  첫 마음은 '어차피 쓰레기니 막 쏟아 내보자'라는 긍정이다. 쓰기에 대한 부담을 확 줄여준다. 때론 의식의 흐름대로 술술 나아가게 한다. 다음은 '쓰레기 붙잡고 뭐 하고 있나'라는 부정이다. 쓰는 행위를 무력하게 한다. 초고 뒤 거대한 산. 글을 쓰며 퇴고가 걱정된다. 매우 섣부른 생각이란 걸 알지만 제어는 안 된다.





부여잡고 둘러업고 일으켜 세우고 막바지에 이르렀다.

여기까지 오니 <초고 쓰는 마음>그나마 조금 정리된다.  



1. 자기 자신을 믿어 : 쓰는 동안 자기 의심이 멈추지 않는다. 그 생각을 방치하면 안 된다. 두려움이 뭉쳐 덩어리가 된다. 자기 자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막고 선다.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믿어야 한다.


2. 딱 한 사람 : 글은 독자층을 고려해서 써야 한다. 일하며 애들 키운 얘기는 워킹맘이 대상이다. 다양한 내 경험은 도전을 주춤해하는 사람이 읽어주면 좋겠다. 독서모임 운영 관련 글은 한 번쯤 독서 모임을 고민한 사람이 예상 독자다. 하나의 주제로 한 권을 쓰지만, 그 속엔 다양한 얘기들이 있다. 글마다 예상 독자를 생각하고 쓰지만 정신없다.  그래서, 딱 한 사람을 생각한다. 내 글이 딱 한 명의 마음에 가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 간다.


3. 배움의 시간 : 지난한 과정 후 성장해 있을 나를 생각한다. 비판과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가장 값진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기대와 설레는 마음이 솟구친다.



퇴고.

벌써 걱정이 된다.

섣부른 생각인 걸 알면서도 머리에 가득 찼다. 하루는 괜찮고, 다음 하루는 괜찮지 않은 날들을 얼마나 보내면 되려나?




#초보작가

#초고집필 중입니다

#마음 다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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