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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서가 Dec 18. 2023

01.나는 시장분석을 원하지 않았다.

[초보 작가입니다]

책 쓰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무려 이 년이 걸렸다.

독서 실력부터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일 읽었다. 필사와 서평 쓰기를게을리 하지 않았다.독서는 내게 끝없는 삶의 수련과도 같았다. 읽는 이는 쓰는 사람을 꿈꾼다. 그러나, 필력 있는 글을 접하니 점점 의기소침해져 갔다.


'그래~ 작가란 이렇게 써야지'

'이런 보석 같은 문장. 난 절대 못써'

'내가 무슨 작가를 꿈꾼다고..'


한 번씩 솟구치는 작가의 꿈을 꾹꾹 눌렀다. 보이는데 못 본 척하며 살았다. 이 년쯤 지나 고름이 터져버렸다. 함께 글 쓰던 벗들이 작가의 이름으로 활동했다. 나도 작가가 되고 싶었다. 꼭 한 번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완성만 하자'  


글쓰기 무료 특강을 신청했다. 그동안 '완벽'을 추구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다. 시작도 못하게 자신을 가로막은 그 단어를 지우기로 결심했다.


대신, '완성'을 생각했다. 우선, 시작해서 끝내기를 목표로 잡았다. 어렵게 먹은 마음, 뒷걸음치지 않기 위해  한 명에게 책 쓰기를 알리고 싶었다.


남편에게 알릴까?

 그러나, 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유명 강의를 들을 때마다 공통적으로 들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명, "나의 꿈을 남편에게 알리지 마라~"

 왜 그럴까?


분석적 답을 내려주기 때문이다. 응원의 한 마디면 될 걸

 "이 험난한 세상 그렇게 해선 헤쳐 나가기 힘들다'라는 식으로 겁을 준다. 초장부터 시작할 마음을 싹 가시게 만든다.

   

고1부터 친구로 지낸 A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고민 끝에 내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걱정되지만 한번 끝까지 해보려 한다고.


A에게 장문의 답장이 왔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 용기가 샘솟았다. 친구의 응원에 힘입어 제목과 목차를 완성했다. 그리고, 드디어 첫 꼭지를 위해 거실 컴퓨터를 켜 훈민정음을 열었다. 깜박깜박 빈 화면의 커서가 첫 문장을 기다린다.




책 쓰기를 위해 조금씩 써둔 글 파일을 열었다. 이 문장을 붙여보고, 저 문장을 가져온다. 책 쓰기를 하기 위해서는 총 마흔 꼭지의 글이 필요하다. 양쪽 어깨가 묵직하다. 머리는 지끈거린다. 이제, 한 개 끝냈다. 앞이 막막하다.


괜히 시작했나?

서른아홉 개를 언제 다 하나 싶다. 


너무 거대해 남은 개수를 생각하지 않기로 다. 오늘 쓸 한 꼭지만 생각하기로 한다. '그렇게 한 개, 또 한 개. 그러다 보면 언젠가 마지막에 와있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삼 개월을 매일 꼬박 글을 썼다.


노트를 펼쳐 주제를 떠올리고, 문장 구조를 구상했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고민했다. 평일은 늘 비슷한 시간에 컴퓨터에 앉는 습관을 들이려 노력했다. 한 개. 그리고 또 한 개. 서른 한 챕터를 썼다.


출판사 투고에 성공해 계약서를 휘날리며 남편에게 '그동안 나 집필 작업했었어~'라고 자랑하고 싶다. 그날을 상상하며 힘을 냈다.


그런데, 갈수록 지끈거리는 두통이 심하다. 두통약 두 알을 먹어도 낫지 않는다. 아프니 두통약 먹길 반복한다. 초고 작업이 뒤로 갈수록 두통은 더 심해졌다. 통증의 원인을 알 턱 없는 남편은 이해를 못 하는 눈치였다. 왜 자꾸 두통을 호소하는지 의아해했다. 집 근처 닭 볶음탕 집에서 둘이 저녁을 먹게 됐다. 평소와 달리 남편이 안 하던 회사 얘기를 시작한다. '지금쯤이면 괜찮겠다'라는 생각에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다 자연스럽게 요즘 내 두통의 원인을 얘기한다.



"나 사실 초고 작업 중이야"

"초고? 그게 뭐야?"

"책 쓰려고..."

"응? 어떤 얘기를 쓰게? 궁금해하는 독자가 있나?"



요즘 사람들의 책 관심도, 장르별 인지도, 독자파악 등. 시장분석을 늘어놓는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설명이 아니다. 온통 자신의 생각이다. 이런 얘기를 듣자는 게 아니였는데. 남편에게 말하지 말라는 이유가 이해가 갔다. 찌릿찌릿 편두통이 신호를 보낸다.


남편의 말을 가로막았다.


"전문 강사들이 '나의 꿈을 이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아라'하는데 누군지 알아?"

"응? 몰라~ 누군데"

"바로 남편이래"

"왜?"

"남편은 응원보다 분석하고 판단을 하려고 하니깐"

"남자들이 다 그래"

"그런데, 너무 슬프지 않아?"

"뭐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인데 내 꿈에 대해 말하면 안 된다는 게"


우리 사이에 몇 초의 침묵이 흐른다.

남편이 말문을 연다.

"음... 그러네.. 그래! 뭐든 열심히 해봐"



뜻하지 않게 초고 작업을 알려버렸다. 이젠, 정말 포기할 수 없다. 끝까지 가야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완성'하면 된다. 그때쯤이면, 나도 성장은 하않았을까? 그럼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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