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전과
"엄마, 엄마!"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황급히 엄마를 외치며 들어온다
"글쎄, 민기 엄마가
음주 운전을 했었데."
"뭔 소리야?"
"민기네가 프랑스로 이민을 가려고 했는데
민기 엄마가 음주 운전 경력이 있어서 못 가게 됐데!"
순간 가슴이 철렁한다
프랑스고 나발이고
내 귀엔 '음주' 두 글자만 와서 박힌다
'엄마도 음주 전과가 있어.'
나는 마늘을 잔뜩 먹고 양치 못한 사람처럼
차마 입을 못 뗀다
난 언제쯤 아들에게
내 전과를 오픈할 수 있을까
'한 27, 8 년쯤 전에는
지금처럼 그렇게 음주 운전에 대한 인식이...
그러니까 내 말은...'
만약을 대비한
별 시답지도 않은 변명들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민기 엄마라는 사람은
얼마나 오랜 고심 끝에
엄마의 뒷면을 보여줬을까
얼굴도 모르는 그녀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엄마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미리 알았더라면
애가 안 생긴다고
호들갑을 떨며
전국의 고양이들을 다
고아먹기까진
안 했을 텐데..
엄마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진작에 좀 알았더라면...
Brunch Book
화, 수, 목,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