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님의 실수-엄마도 땅 파 장사하는 것 아니다
‘돈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실수록 목이 탄다’
-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 선생은 돈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려고 말씀하셨던 모양인데 오히려 돈을 바닷물에 비유한 그 말씀은 바닷물이 없이는 인류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니 ‘인간적인 삶을 영유하기 위한 돈의 절대적 필요’에 관해 역설하고 계시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경제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인 응원이 없을 때 우리에게 그 고통은 배가 된다. 그런 면에서 수진 님의 이중고로 시달렸을 실로 지난 했던 여정의 험난함은 돈 많이 쓴다고 욕은 바가지로 먹었더라도 어찌 됐든 남편이 정해진 날 꼬박꼬박 주는 돈으로 살림과 육아를 할 수 있었던 내가 헤아리기 참 쉽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 집이라는 몸에 피를 대는 가장‘이라는 위치이다. 나는 앞서 언급했듯 ’ 아이 교육과 각종 지원에는 돈을 절대 아끼지 않으면서 저축에는 관심이 일도 없는 이른바 ‘돈에 대한 무개념’에다 한 술 더 떠 ‘돈도 한 푼 못 벌면서 눈 만 오지게 높았던’ 탓에 남편에게 십 수년간 절대 ‘을(乙)’로 살고 있다.(대학원 진학한 후에는 ’그래도 저게 입만 살은 멍청이는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했는지 어쨌는지 비난의 수위와 빈도가 현저히 줄긴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내가 남편을 전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 건 그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터에 나가 가장으로써 자신이 할 일을 함으로써 나와 우리 아이가 안정적으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둥지를 지켜 주었기 때문이다.
남편이라고 아침에 출근하기 싫은 날이 없었을까 또 돌연 학문에 뜻이 생겼다며 골치 아픈 경제활동 따윈 그만두고 집안에 들어앉고 싶은 날이 없었을까... 또한 우리 둘이 지지고 볶으며 싸울 땐 싸우더라도 내가 바깥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라도 받고 돌아오면 내가 좋아하는 안주라도 배달시켜 같이 술 한잔해주면서 위로해 주는 건 또 남편이었다.
강남 8 학군에서 남자지만 공주 같은 성향을 지니고 자란 남편은 나의 청혼으로 비교적 이른 나이인 27살에 결혼을 하게 되면서 갑자기 주어진 가장이라는 역할을 쉽지 않아 했다.
당시 대학원에 합격하고도 아버님의 권유로 진학을 포기하고 아버님 회사에 들어가게 된 남편은 여자만큼이나 곱상한 외모로 대표되는 약함을 감추려 했었는지 자기보다 한참이나 많은 나이의 회사 직원들이나 거래처 사람들과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잔뜩 마시고는 집에 와선 또 그만큼 잔뜩 개워가며 힘들게 힘들게 여자 친구랑 스티커 사진을 찍고 아빠 카드로 압구정이나 청담동 바를 다니며 밸런타인에 콜라를 섞어 홀짝홀짝 마시던 20대 남자애에서 한집안의 가장으로 변이 과정을 거쳐갔다.
그러는 사이 마르고 여자처럼 곱상하던 외모는 점점 살이 붙더니 어느 날인가 보니 등짝이 두툼하고 배가 불룩 나온 데다 머리까지 하얘져 내가 연애시절 반했었던 순정만화 주인공 같던 남자애는 어디 가고 어디서 웬 처음 보는 아버님이 우리 집에 와서 집에 앉아 계시곤 했다.
남편이 그렇게 자신의 외모와 바꾼 돈으로 나는 우리 아들을 동네에서 제일 비싼 영어유치원도 보내고 아동복계의 에르메스라는 ’ 봉쁘앙 아동복‘도 계절마다 입히면서 신나게 키웠다.
그러다 내가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들을 위해 유기농 식재료로만 아이 식단을 만드는데 ”네가 진짜 유기농 농작법으로 키우는지 직접 봤냐 혹시 한 살림 사장이랑 아는 사이냐. “며 쓸데없는 데 돈 많이 쓴다고 남편이 성질이라도 내는 날엔 한바탕 전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또 부부 싸움은 물 베기라고 다음날 저녁상에 남편이 좋아하는 안주를 두고 좀 쭈뼛쭈뼛하다 보면 술 한잔에 섭섭했던 마음이 녹아내리곤 했다.
수진님은 이런 남편이 없었다. 자우림의 윤아 님도 부모님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하지만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편이 되어줄 남편의 유무였다.
누군가 병들고 아파 드러누워 있는 남편이라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것이 낫다고 했던가 이십여 년을 지지고 볶고 싸우며 살고 있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싸우기도 참 오지게 많이 싸우며 지내왔지만 그래도 남편은 없는 것보단 있는 것이 백 배 천 배 낫다
그런데 수진님에겐 그런 남편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그렇게 경제적으로도 성공하고 외모도 잘 가꿀 수 있었으며 딸인 제나와의 관계도 비교적 순탄하게 이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오은영 박사님은 수진님에게 SNS를 중단하라고 하셨지만) 난 단연코 SNS 활동으로 알게 된 수많은 구독자나 팔로워들의 ’ 관심과 지지‘였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원래 영양분을 음식으로 얻게 되어 있지만 바쁜 현대인들은 그 많은 음식들을 골고루 챙겨 먹을 시간이 없기에 다양한 종류의 영양제를 사 먹곤 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처럼 엄마도 용가리 통뼈가 아니므로 누군가에게 기대고 위로를 받아야 힘이 또 솟아 세상에 나가서 일도 하고 살아나가는데 그런 위로를 보통의 가정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서로가 서로에게 공급해주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수진 님 상황은 좀 특별해 친정 부모에게 이혼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기댈 수 없었고 아이는 어리니 기댈 형편이 못 되는 데다 물론 친구가 있기야 하겠지만 그들도 다 각자 자기 가정 가지고 살림하고 있는데 이혼한 친구가 계속 ”나 이혼했으니 나 좀 돌봐줘 돌봐줘. “ 하면서 계속 기대고 의지한다면 둘의 건강한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다.
게다가 수진 님은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의 홍보 활동도 필요했기에 얼떨결에 SNS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바로 그 활동이 그녀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그녀는 상당히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런 점은 크게 장점으로 작용해 그녀가 다소 관종스러움이 장착되어 있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일부 악플러들의 의견도 묻히게 했고 그녀는 지금 수많은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이자 성공한 의사 사업가가 되었다.
그녀의 책에서나 유튜브 영상에서나 그녀의 솔직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 덕에 앞서 밝혔듯 딸인 제나가 불편해하는 몇몇 상황들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사람이 다 좋은 것만 취할 순 없다. 수진 님이 과연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좋은 모습만 보이며 이미지 관리 모드로 SNS 활동을 했다면 과연 이 정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녀가 가감 없이 솔직히 털어놨던 부모님과 불화가 있었지만 자신의 공부나 커리어를 놓지 않고 악착같이 성공해낸 스토리는 부모님과 불화로 고민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이혼 후 홀로서기에 관한 고백들도 많은 이혼가정의 부모들에게 큰 위로를 주었으며 심지어 그녀의 서울대 의대생으로서의 수험생활에 관한 팁 등은 외모만으로 부각된 관종 이미지에서 다시 한번 서울대 의대 출신 재원임을 상기시키며 학생이거나 수험생인 팬들에게 실질적인 팁을 무한 선사하는 등 그녀를 더 이상 관종 이혼녀 이수진이 아닌 진정 성공한 사업가이자 멋진 여자 사람으로 우뚝 서게 만들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람을 받기에 충분해 결국 그녀 자신을 브랜드화시키게 되는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가 sns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우리는 서울대 출신 여자 의사가 50이 넘어서도 몸짱이며 동안이기까지 한 것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며 아빠 없이 엄마랑 딸 둘이 사는 모녀가정은 다소 분위기가 우울할 것이라고 속단해버릴 수도 있고 이혼이나 여러 가지 경우로 부모님과 사이가 벌어지면 다시 봉합하기 힘들다고 낙심해버릴 수도 있는 데다가 남편의 폭력으로 이혼하고 싶지만 경제적 안정을 비롯 여러 가지 이유 또한 포기할 수 없어 자포자기할 수도 있었던 가정이 홀로서기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위의 각각의 경우에 비슷하게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줬던 인물들이 그간 있었으나 한 사람이 위와 같은 경우를 다 커버했던 적은 내가 알기론 이수진 님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수진 님에게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이렇게 수진님 자신에게는 남편이나 친정 부모 등 식구들에게서 받지 못하는 지지를 대신 팔로워들에게 얻음으로써 자신의 삶을 잘 영위할 수 있는 힘을 얻고 또 대중들도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도 결국 해내고야 만 수진 님의 사례를 통해 ’ 나도 할 수 있다.‘는 위로와 용기를 얻으며 서로에게 윈윈 하는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는 통로였던 sns 활동을 그저 사업의 일환이라며 ”아이가 엄마의 sns 활동으로 자신 역시 엄마에게 이 ’ 수많은 팔로워들 중 하나.‘라고 느낄 수 있으니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 “라고 말씀하신 오은영 박사님의 처방을 이런 이유로 나는 반대 의견을 표하고 싶다.
오은영 박사님은 너무 훌륭하신 분이고 관련 분야 박하 다식하기 이를 데 없으며 그간 나를 비롯 많은 분들이 그분께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만은 나는 박사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그간 떼쓰는 아이, 부모와 사이가 안 좋은 사춘기 청소년 심지어 심리적 결함을 가진 성인 등 실로 많은 사람들의 맘을 헤아려주고 기가 막힌 솔루션을 제공해주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모님이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어른들이 살림에 육아까지 도와주시고 또 스위트 한 남편과 함께 살면서 사회생활을 해온 사람은 논문을 아무리 수천만 권을 읽고 연구한 선생님 아닌 그 어떤 선생님 할아버지가 온데도 남편이나 기댈 부모님도 없이 혼자 힘으로 심지어 자기 관리까지 철저히 하며 아이와의 관계나 경제적 안정 등 수진님 정도의 결과물을 낸 사람의 삶을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 절대 알 수는 없다.
물론 상담을 받겠다고 와서 앉아 있으니 답은 주셔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 기대가 너무 컸을까.. 딸인 제나가 엄마 SNS에 있는 비키니 사진을 친구들이 보고 이야기해서 또 SNS 라이브 방송에서 엄마가 내 얘기를 해서 싫다고 한다며 " SNS를 중단하세요."라는 솔루션을 준다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인 솔루션이 아닐까
모든 일에는 다 그 시작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간 박사님이 아이들 이슈에서 우리에게 알려주셨던 것도 아이들의 모든 문제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엄마의 모든 행동에도 다 이유가 있다.
그간 아이들 문제 해결에서 보여주셨던 것처럼 엄마들 이슈에서도 오은영 박사님의 오랜 내공이 듬뿍 담긴 기가 막힌 솔루션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