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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금평 Oct 16. 2021

문지기 산재이의 행복이란

50대 중반의 산재이 싱(Sanjay Singh)씨는 델리 디펜스 콜로니의 가정집 문지기(쪼끼다)가 직업이다.

산재이가 근무하는 집 앞을 지날 때마다 그가 특이하게 가꾸어 놓은 화초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악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예술이란 저런 것일까’ 싶게 하나하나의 화분에 개성과 정성을 담았다.    

       

산재이가 근무하는 집 주변에는 나무, 담, 방범 초소 할 것 없이 어디나 플라스틱 물병, 콜라병 등을 가로로 깎아 만든 화분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집 건너편 나무에도 키 높이를 맞춘 화분들이 가지런히 매달려 있다.         

인도의 주택가에는 많은 문지기들은 밤에 자는 둥 마는 둥 집을 지키고 있다. 아침이 되면 집 앞을 쓸고 우유나 신문 등 배달 온 물품을 주인에게 전달한다. 낮에는 초소에 앉아 휴대전화기를 만지거나 주변의 문지기들과 수다를 떨거나 졸고 있는 경우도 많다. 산재이는 그런 평범한 문지기 일에 취미를 가미했다. 직장생활과 취미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산책길의 산재이는 만날 때마다 웃는 낯이다. 일자리가 없어 도시를 떠나는 수 천만 명의 노동자들에 비하면 산재이는 나름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에게 만족스러운 하루란 어떤 날일까?      


세계 행복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의하면 2020년도 인도의 행복지수는 153개국 중 바닥권인 144위를 달리고 있다. 서구 유럽이나 우리나라(61위), 일본(62위), 중국(94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행복이 사회 경제적인 각종 지수에 의해 객관적으로 측정될 수 있고 국가 간 비교될 수 있는 것일까?

      

“당신은 매우 행복합니까?”하는 물음에 인도인의 43%가 “그렇다”라고 답했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조사 결과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똑같이 물으면 과연 몇 퍼센트 정도가 “그렇다”라고 대답할까?


산재이가 우리나라 사람보다 행복한 이유를 짐작해 본다.

첫째, 걱정이 없어 보인다. "해결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 없고,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면 걱정해도 소용없다"는 티베트 속담이 일러주는 대로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둘째, 기대치가 낮다. 고급 주택과 고액권 현금 다발은 없지만 산재이를 웃음 짓게 하는 화초들은 많다.


행복은 선택인가 보다. 산재이의 행복 방정식은 걱정을 덜어 낸 만큼, 기대치를 낮춘 만큼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재이처럼 행복을 선택한 사람들을 확인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하는가 보다. "인도를 다녀온 후 나머지 인생이 행복해졌다"고들 말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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