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도착한 지 두어 달을 넘기면서 출근, 사람 만나고, 이어지는 전화, 문서 작업, 퇴근을 반복하는 일상 속의 직장인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은 퇴근이 좀 빨랐다 싶어 저녁을 먹은 후 산책에 나섰다. 저녁 산책은 인도 와서 처음이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뉴델리 남쪽의 로즈 가든(Rose Garden)은 그동안 아침이나 낯 시간을 이용해 스무 번은 더 다녀왔던 곳이어서 오가는 길도 상당히 익숙해졌다. 바둑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표현으로 '경계를 넘어갈 때는 조심해서 행동하라'(입계의완/入界宜緩)는 말이 있는데, 인도가 적진은 아니지만 이제는 저녁 산책도 할 만한 때가 된 듯싶었다.
어둠이 점차 짙어가고 있는 공원에는 여전히 걷는 사람, 잔디밭에 뒹구는 아이들, 웃통을 벗고 힘자랑하는 머슴애들, 묵묵히 둘러앉아 있는 사람들....... 일산 호수공원보다 한산한 저녁 공원 풍경이었다.
흠향(歆香)
낯선 곳도 익숙해지면 두려움은 줄어드는 대신 새로움도 반감한다. 돌아오는 길에 쓰레기 처리장을 지나면서 역한 냄새를 피하지 않고 긴 숨으로 들이켜 보았다. 모처럼 반복되던 일상에 새로움이 더해졌다.
어린 시절에는 더한 것도 많이 들여 마시곤 했지. 읍내 붕어빵집이며 튀김집, 만화방에서는 아침마다 연탄 화로를 길가에 내놓고 연탄불을 붙이곤 했다. 나는 등굣길에 가끔 이 집 저 집 앞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연탄가스)를 두루 마셔본 적이 있다. 여름 끝물에 소독차가 뿌연 연기(살충제 성분의 소독약)를 품으며 읍내를 돌면 촌아이들은 그 연기를 따라다녔다. `이약`으로 생각하고 윗도리를 펄렁거리기도 했고, `회충약`으로 생각하고 깊~게 들여 마시기도 했다. 아니, 오래 참아야 약효가 있다고들 해서 그 연기를 한참 동안 폐부에 담아 놓기도 했다.
시금털털한 쓰레기 냄새를 외면하지 않게 된 것으로 보아 드디어 인도에 안착했음을 확인한다. (201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