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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금평 Oct 18. 2021

인도 살이가 좋은 이유

인도 대사관에 부임한 이후 동료 직원들로부터 주로 전해 들은 바는 인도가 생활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다는 것이었다. 환영한다는 말보다는 잘 견뎌내기 위한 주의사항을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우선, 인도의 더위는 4월에 40도, 5월에는 50도를 찍는데, 더위에 놀랄게 아니라 그 후에 찾아오는 뎅기열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6-7월 몬순이 지나고 8-9월이 되면 더위가 좀 꺾여 살만 한데 무턱대고 나다니다가는 뎅기열을 퍼뜨리는 모기에 물리기 십상이라는 것이었다.  


한국인 주재원 부인이 자궁에 종양이 발견되어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혹시나 해서 국내에 들어와 다시 진단을 받았더니 임신이었다는 이야기, 지난해 교통사고로 운전원은 사망하고 그 차에 탔던 직원은 가까스로 큰 부상을 면했다는 이야기 등은 새내기 겁주는 수준을 넘나들고 있었다.  


2010년 초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인도를 국빈 방문했는데, 당시 날씨가 너무 좋았던 탓에 그동안 대사관 직원들이 다소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었던 ‘특수지 근무수당’ 마저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그동안 인도가 근무하기에 ‘험지’였다가 ‘보통’인 지역으로 재분류된 것은 1년 중 날씨가 가장 좋은 시기에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주선했던 대사관의 잘못(?)이 컸다는 것이다.      

  

골프를 좋아하는 직원들에게는 땡볕의 주말 골프가 유일한 도피처라고 했다. 어떤 이는 단호히 `인도 근무 동안은 얻을 것이 없다`며 무사히 귀국하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갓 들어온 군대 신병에게 “너는 언제 제대할래?”라고 묻는 제대 말년의 선임병처럼......   

   

현지 전문가로 10년 넘게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행정원 몇 분과 점심을 함께하며 인도가 살아가기에 좋은 점은 없는지 물었다.      


가장 선임인 김박사님은 “살다 보니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의 경계가 애매해진다”라고 했다. “넉넉지 않은 월급이지만 아이들 국제학교에 보낼 수 있고 주말에 골프를 즐길 수도 있어서 좋다”고도했다. 여성인 김 선생님은 “가족과 떨어져 있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성가시지 않아 좋다”, “경조금이 나가지 않아서 좋고, 남 따라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라고 했다. 편안한 얼굴의 장선생님은 “한국에서는 1등이 아니면 살아가기 힘들지만, 이곳에서는 나처럼 좀 부족해도 부족한 대로 살아갈 수 있어서 좋다”라고 했다. “인도에는 계급(카스트) 차별은 있어도 장애 때문에 차별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인도 사람들이 장애인들에게 상당히 관대하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나라 시골에도 예전에는 소아마비나 영구가 연상되는 지적장애인이 마을마다 한 명쯤은 있었다. 이들은 가끔 구박을 받으면서도 보통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곤 했다. 언제부터 “그들”과 “우리”는 따로 놀게 되었을까.......     


법정스님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가?’ 보다 ‘우리가 어떻게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인도 살이가 좋거나 나쁜 이유는 극히 개인적 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20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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