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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라 Oct 20. 2021

훗, 캐피탈리즘.


  페이스북이 보내주는    사진 포스트. '불편한 맘이 들게 하는 우리 동네, 신림'이라고 썼었다. 사진에는  집이 공존한.  쌓인 판자 지붕 위에 수많은 고무대야들을 엎어두어 마치 매서운 겨울바람으로부터 지붕이 날아가지 않게 하는  같은 집과 높다란 아파트가 공존하는 사진. '불편하다'라는 말이 갖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지금에서야 조심스러워졌지만,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었지. 어찌 되었든 내가 보았던 서울의 다양한 모습들, 판자촌과 아파트가 함께 있는 풍경들이 어렸던 나에게도 불편한 마음을 주었던  같다.


  지방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여 그곳에 처음 내려갔을 때 하숙집 가는 골목길을 걸으며 느꼈던 충격을 잊지 못한다.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길 옆의 집 방 안이 내 키에서 다 보였다. 방 안 벽에는 곰팡이가 많이 피어 있었고 옷장 위부터 천장까지 쌓아 올려진 짐들이 있었다. 집의 벽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기울어져 금이 가 있고 얇아 보였다.


  그렇지만 그 집 안에도 사람은 살고 있었고, 다들 그렇게 살고 있었다. 어린 시절 높고 견고한 벽 속에서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왔던 나로서는 그 집의 사람들이 밖에서 안이 다 보여서 무섭지 않을까, 일상생활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되었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나는 그런 낡은 집에서 살게 되었고, 겨울에는 전기장판을 뜨겁게 틀고 이불을 덮어도 코가 시려 잠을 잘 자지 못했다. 그 해 겨울은 방도 화장실도 매우 추웠다. 그래도, 살아졌다.


  요 몇 해 나는 직장에서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영국인, 캐나다인, 미국인 이렇게 만나왔는데, 세 청년들을 통해 전 세계 청년들이 글로벌하게 모두 각박하구나 알 수 있었다. 그 나라들이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상관없이, 성별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그중에서도 미국인과 대화하다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이고, 미국이 얼마나 살기에 좋지 않은 나라인지 알 수 있었다. 그 친구는 젊고 가난한 미국 청년으로서 그들을 대표하는 말들을 많이 들려주었다. 자신의 친구들 사이에서는 '훗, 캐피탈리즘'이라며 자본주의를 냉소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제 젊은 세대들은 캐피탈리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향해 가리라는 혁명 같은 말들을 해주었다. 마치 그가 내게 ‘어휴, 요새 누가 페이스북을 하니?'라고 말했던 때와 같은 표정으로 '어휴, 요새 누가 캐피탈리즘하니?'이런 식의 느낌.


  탈 자본주의는 나에겐 낯선 말이었다. 내가 무지해서일까. 아직 한국에서는 탈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기초 공부 자료로 소개되는 십 년 전에 제작된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5부작'이 있다. 자본주의의 장점과 한계와 대안을 소개하고 결국에 우리 사회는 '복지 자본주의'로 가야 할 것이다라고 결론 내리고 있었다. 물론 십 년 전에 제작되었으므로 지금의 해석은 달라질지 모른다. 다만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낮고 청소년의 자살률이 높은 것과 북유럽 국가들의 높은 복지, 행복, 창의성 지수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큐에서 결론짓듯 우리 사회는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의 확충을 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불안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모험을 하면서 창의성이 올라가고 새로운 시도들을 하는 기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 결론은 지금도 동의가 된다.


   '불편한 마음이 드는 동네, 00'라는 제목의 사진을 더 이상 찍기 싫다. 다 같이 사람다운 집에서 잘 살고, 동네에 상관없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 청년이든 아이든 노인이든 장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행복한 세상. 캐피탈리즘을 넘어서는 상상을 하다 보면 자본주의 배 안에서도 가는 방향이 맞는 노를 저을 수 있겠지. 그 끝에 우리의 노년기와 아이들의 청년기가 기다리고 있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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