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라 Oct 15. 2021

인생 과제


무례함에 대하여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무례한 것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고 선을 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볼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세상에 자기만 있고, 자기만 중요한 사람들. 주변 사람들이나 상황을 살피지 않고 입 밖으로 내뱉는 말과 남을 밀치는 행동들. 어이, 이봐. 여기 나 넘어졌다고. 당신이 날 밀쳐서 이렇게 된 거라고. 상대를 밀치고도 정작 본인은 모르는 무례함.



부끄러움에 대하여

 

  무례함과 부끄러움은 연결되어 있다. 무례한 사람은 부끄러움을 잘 모른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치를 떨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실컷 욕을 하다가 문득, 이렇게 남들을 욕하고 있는 나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어 멈칫한다.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 남들에게 무례하지 않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것. 내 인생 과제 중 하나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너무도 괴롭다는 것. 괴로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자꾸 욕하게 된다는 것. 뒷담화는 폭력이라고 아이들에게 말하면서도 계속 뒷담화를 멈추지 못하는 부끄러운 나.



 뒷담화를 멈추려면

  

  뒷담화를 멈추려면 그 사람을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불쌍히 여기면 된다. 측은지심은 살면서 얻은 지혜 중 하나다. 연민을 느끼다 보면 미운 감정들이 들지 않고 요동치던 마음의 호수가 잔잔하고 고요해진다. 문제는 그 사람을 불쌍히 여겨야 하는데 매번 화가 나는 게 문제다. '연민을 느껴야 해.'라고 매번 다짐하지만 그의 무례함에 계속 치가 떨린다.  



죄책감에 대하여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에 괴로워하며 글을 쓰다 보니 역시나 내가 문제다. 무례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싫은데도 뒷담화를 멈추지 못하는 나. 마음속 한 켠에는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다.

  "너를 미워하고 욕해서 미안해. 너를 불쌍히 여기지 못하는 나라서 미안해. 이렇게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감정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 미안해."


  그런데 나 착함 콤플렉스가 있니? 미워하면 좀 어때, 욕하면 좀 어때, 싫어하면 좀 어때!

  아니야, 그래도 이건 아니야, 엉엉.


  괴로웠다가 미안했다가, 반복되는 고리다.




이전 01화 훗, 캐피탈리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