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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평론가 Sep 12. 2022

빈센조 리뷰

<빈센조>가 끝이 났다. 박재범 작가의 스타일과 메시지가 아주 잘 드러나는 드라마였다. 하지만 <열혈사제> 때부터 드러났던 몇 가지 문제점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영상미와 뒤를 보지 않는 화끈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을 휘어잡았다. 이 장점들과 <김과장>-<열혈사제>-<빈센조>로 이어지는 구도를 중심으로 <빈센조>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박재범 작가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다. 착하지 않은 주인공들, 개성있는 조연들의 연합, 악에 대한 징벌. 한줄로 엮으면 착하지 않은 주인공들이 개성있는 조연들과 연합해서 악을 징벌한다가 된다. 주인공들이 몰아내는 악당은 한국사회의 병폐다. 이 것을 블랙 코미디적으로 꼬집으면서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이 스타일이 연이어 성공하다보니 악당의 크기도 회사의 오너 - 지역사회의 유지 - 한국사회의 기득권으로 커졌다. 그리고 <빈센조>는 악당의 규모가 커진만큼 풍자와 복수의 수준도 강력해진 드라마다.



먼저, 우리가 이런 피카레스크(주인공이 악당인 이야기)물에서 기대하는 것은 일종의 대리만족이다. 사회적인 규범 안에서 제대로 응징되지 않는 악인을 법과 원칙을 넘어서 응징한다는 스토리만이 줄 수 있는 짜릿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성공 배경에는 이런 맥락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사회 문제들은 시작만 시끌벅적하고 끝내 큰 처벌없이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맥락 속에서 <빈센조>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충분히 대리만족시켜주는 드라마였다고 할 수 있다.



<빈센조>는 애초에 이런 것을 노리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박재범 작가의 커리어 중 가장 가장 무자비한 그림을 보여준다. 빈센조 까사노(송중기)가 마피아라는 설정 덕분이다. 드라마 내내 콘실리에리(마피아들의 변호사)라고 불리지만 마피아보다 더 마피아스러운 방식으로 응징한다. 이런 것을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 드라마 시작 부분의 방화씬이다. 이 장면을 통해 작가는 빈센조 까사노라는 인물이 소위 '빠꾸 없이' 행동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홍차영(전여빈)도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다. 우상에서 해왔던 일이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의뢰인과 정의에 집착하면서 가정에 소홀한 아버지 홍유찬 변호사에 대한 반동이라고 표현된다. 하지만 이런것을 고려하더라도 해왔던 일들이 선역이라고 말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빈센조의 잔인하고도 무자비한 방식에 동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빈센조와 홍차영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빈센조는 홍차영을 비롯한 금가프라자의 인물들이 삶의 터전을 보존하고 정의를 이룩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차영의 역할은 빈센조에게 조력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바벨에 대항하는 일을 획책하고 실행하는 것은 빈센조의 몫이다. 빈센조는 이들에게 (법규에 어긋나지만) 권력에 대항해서 승리하는 경험을 만들어준다. 이 것은 이후에 금가프라자의 인물들이 끝까지 투쟁할 원동력을 제공한다.



그래서 박재범 작가의 드라마에선 조연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 혹은 시민들을 상징한다. 드라마 내적으로 살펴보면 빈센조가 바벨과 싸우는 사람들이고 빈센조가 떠난 뒤에도 금가 프라자에 남아서 싸울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권력자들이 권력을 이용해서 권력 없는 이들을 핍박하더라도 당해야만 한다. 하지만 빈센조라는 인물을 통해 권력층과 싸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과 조연들이 연합을 마쳤으니 이젠 응징해야 한다. <빈센조>는 이전작들과는 다르게 무자비하게 응징한다. 법이나 법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는 기본이고 납치에 살인까지 한다. 응징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가장 압도적인 장면은 16화에서 빈센조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남자 뒷통수에 총을 쏜 장면이다. 빈센조의 분노와 응징의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다. 법과 정의의 아래 복수보다는 감정적인 시원함을 추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악의 스케일이 커진만큼 감정적인 시원함을 위해 방법이 더 거칠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김과장>과 <열혈사제>를 거치고 <빈센조>로 오면서 스케일은 확실히 커졌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구도 자체는 이전과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전작을 알면 드라마를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다. 다만 드라마 내적으로 두 가지 변한 것들이 있는데 조연들의 역할과 메시지다. 주인공 개인의 서사가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조연들의 역할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조연들이 입체적으로 쓰이기보다는 도구적으로 활용되었다. 특히, 개그코드로 많이 활용되었는데 이게 정교하지 않아서 드라마의 톤과 메시지가 희석되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빈센조의 입을 빌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전 작들에선 없는 포인트다.



결론을 짓자. <빈센조>는 이전 작들에서 보여줬던 구도는 그대로 가져가되 규모만 확장되고 정의를 구현하는 방식을 좀 더 거칠게 만든 드라마다. 방법이 거칠어진만큼 드라마에서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만족스러울만하다. 최근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가 히트한 이유가 이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개연성도 떨어지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도 너무 노골적이고 중2병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인기에 비해 많이 아쉬운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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