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필요하다, 엄마도

-기 / -(으)ㅁ

by 온새미 결



강풀 작가의 '얼음 땡'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오래전 동네 친구들이 골목에 모여 놀 때의 이야기다.


아이들이 '얼음 땡' 놀이를 했어.

아이는 잡히지 않기 위해 달리다가 골목 끝에서 '얼음'을 외쳤어. 술래는 돌아서 갔고, 아이는 같은 편 친구가 와서 '땡'을 외쳐줘야 다시 움직일 수 있었지.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어. 좀 외진 곳이었거든. 시간이 흘러 저녁 시간이 되어 같이 놀던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갔어. 아이도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어. 진짜 얼음이 된 것 같아 아이는 무서워 울고 있었지. 그때 누군가가 다가왔어. 그건 머리 좋은 친구도 아니고, 용감한 친구도 아니고, 달리기를 잘하는 친구도 아닌 바로 '깍두기'로 여기던 힘이 약한 친구였어.


"어디까지 갔는지 몰라서 한참 찾았잖아."


아이와 '깍두기' 친구는 다음 날도 다음 날도 골목에서 함께 놀았어.



낯선 곳으로 거처를 옮겨 본 적이 있다면 새로운 친구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 여러 가지 의미의 친구가 있지만 일상을 이야기하는 수준을 지나, 삶의 궤적을 함께 하는 친구를 갖게 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나를 열어야 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면 다양한 의미의 관계를 맺게 된다. 그 과정에서 친구라는 의미를 결정짓게 되는 시간과 사건을 함께 하게 된다. 들어주기만 해도,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끝내 친구가 되지 못하는 만남도 있다.

일방적이거나, 대화가 잘 통하지 않거나, 성향이 너무 다르면 그 관계는 길게 이어지기 쉽지 않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이렇다 하게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여기저기 옮겨다니기도 했고, 힘들었고, 마음을 열지 못했다. 이런저런 활동들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있지만 친구와는 다르다.



베트남에서 온 그녀는 아이 넷을 키우고 있었다. 예순 살이 넘은 남편과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살던 그녀의 집에는 사람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녀의 동생까지 입국하여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현관에는 신발이 넘쳐 신발 위에 신발이 올라가 있었고, 비라도 한 번 내리면 복도 창틀에는 여러 개의 우산이 매달려 있었다.

도대체 이 집에서 어떻게 일곱 명이 살 수 있을까 싶었지만 참으로 독립적인 가정이었다. 아이들은 거실에 모여서 각자의 할 일을 했고, 그녀도 그녀의 할 일을 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학습에 진심이었고, 성과도 뚜렷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큰 딸은 여러 기관에서 제공하는 장학금 신청서를 스스로 작성했고, 동생들에게 엄마이자 누나이자 선생님이었다. 3학년이었던 둘째 아들은 거실 한쪽에서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 그 결과물은 움직이는 것들이었다.


내가 만난 1학년에 입학하던 셋째 아들은 비상한 머리를 -내 기준에서- 가지고 있었다. 이 녀석을 잘 키우면 정말 뭔가를 해낼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했다. 원리만 설명해 주면 척척 일사천리였다. 그 집에서 유일하게 아빠를 닮아 눈이 작고 얼굴이 길었던 아이는 모든 것에 욕심이 있었지만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유치원에 다녀온 넷째 아들은 그 집의 유일한 책상에서 나와 형이 공부하는 것을 보며 옆에 서 있었다. 틀림없이 그 아이도 학습에 관심이 있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녀는 커가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다문화가족의 이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강의를 들었고, 자신이 한국에 와서 경험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것도 그녀의 큰 일과 중 하나였다. 베트남의 문화를 소개하는 것도 신나게 하는 아이템이었다. 집이 좁고, 식구가 많은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의 식탁은 책상이 되기도 하고, 스튜디오가 되기도 하고, 파티룸이 되기도 했다. 그녀의 식탁에는 풍성한 음식이 있었다.


어느 날, 난 그녀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우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마도 고향에 있는 엄마와 통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 있느냐는 내 물음에 그녀는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다.


언제나 밝고 씩씩한 것 같았지만 그녀에게 친구가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녀가 힘들 때 의지하고, 위로해 주고, 털어낼 수 있는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친구.

그녀가 돌봐야 하는 사람들 말고, 그녀를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의 집을 나올 때마다 내가 무언가를 더 했어야 했는데 부족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는 나를 반성하게 했다.


한번 그녀의 집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녀의 국수는 맛있었다. 여러 가지 그녀의 활동에 대해 묻고,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재미있어요?"라고 돌려 물었다. 그녀의 대답이 궁금했다.


"전 아주 좋아요."라고 그녀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녀들은 이제 한국어로 울고 웃는다.




-기 / -(으)ㅁ : 동사, 형용사, '이다, 아니다'와 함께 명사형으로 바꾸어 문장 내에서 주어, 목적어로 만들 때


-기 : 어간의 받침 유무와 상관없이

-(으)ㅁ : 어간의 받침이 없을 때 'ㅁ', 받침이 있을 때 '음'


- 주의 : '이'를 붙여 명사형으로 만든 경우가 있는데 이는 관습적 표현이며 일반적인 형태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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