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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yaChoi Oct 08. 2023

공부가 제일 안전해요?

정상인이십니다요! |

       마이클 조단 빼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아라 슛돌이 이강인'이 뛰는 아시안 게임 축구 한일전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이기고 금메달을 땄다. 축구를 잘 르다가, 볼(ball)에 진심이던 귀여운 일곱 살 꼬마 이강인이 공 차는 걸 보면서, 공격이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골로 연결되는지 알게 된 나로서는 금메달보다 수들의 병역특례가 더 궁금했다. 남편 옆에서 곁눈질하던 내가 경기를 보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한 골먹은 뒤였지만, 우리 선수들은 결국 그걸 다 따라잡고 2 대 1로 역전한 뒤에도 끝까지 죽기살기로 뛰었다. 땀에 젖어 환호하는 선수들을 보며, 일본은 절대 우리의 '병역특례' 카드를 이길 수 없다는 내 해설에 남편은 한참 웃으며, 운동선수들이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월드컵 같은 세계 경기에서 뛰는 게 얼마나 대단한 성취인지 이야기했다.

        아시안게임 축구만 봐도 전국 23세 이하 중에서 후보 포함 22명에 들어간다는 건 자기 또래에서 전국 22 등 안에 다는 뜻일 거다. 공부 비교하면 수능에서 전국 백 등이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 아무 데나 갈 수 있지만, 축구에서 전국 백 등이면 아시안 게임 엔트리는커녕 국내 프로에서 뛰기도 어렵다. 무대가 세계로 옮겨가면 경쟁은 더 치열해서, 아래위로 대충 자기 나이 10년 범위 에서 어지간히 잘해야 프로무대에서 뛸 수 있다. 게다가 인간의 몸은 젊을 때 최절정기를 지나고 쇠퇴하니까 선수로 뛸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20년 정도이고, 은퇴 후 지도자의 길좁아진다.

        스포츠보다 호흡이 더 긴 음악에서는 그 경쟁 상대의 폭이 훨씬 더 넓다. 오페라의 유령으로 유명한 웨버보다 몇 백년 전의 모짜르트와 베토벤이 더 유명하고, 지금 살아있는 어떤 지휘자보다도 죽은 카라얀이 더 유명하다. 조성진처럼 큰 세계 대회에서 1등 해야 사람들이 겨우 알아보지만, 하늘의 별따기 만큼 도달하어려운 당대의 1등조차도, 멋진 음반을 남긴 옛날 연주자와 시장에서 무한경쟁해야한다. 대중음악은 좀 나을까 싶지만, BTS가 비틀즈와 비교당하는 것만 봐도, 사정이 별로 다르지 않다. 물론, 솔로 연주자가 아닌 오케스트라나, 공연 기획, 학교, 학원, 레슨 등의 길이 있지만, 이 역시도 끊임없이 연습하면서 실력을 유지해야 가능하다.

        기획사를 운영하면서 음악감독으로 일하는 친구 덕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피아니스트의 연주회에 갔다가, 뒤풀이에서 연주자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한때 피아니스트가 되고싶어하던 딸의 레슨을 쫓아 다니며, 놀지 못하고 종일 연습하는 어린 음악가 지망생들의 눈물겨운 고단함을 엿보았던 나는, 1 시간 남짓 연주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밤낮으로 건반을 두드렸을 그녀의 노고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잘 들었어요. 힘드시겠어요' 하고 말했다. 이미 어두워진 한밤중이라 더 나른해 보이던 그녀는 웃으며, '연습도 힘들지만,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게 제일 힘들어요' 하고 대답했다.  

         연습하는 만큼 다 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축구는 결국 골을 넣어서 상대를 이겨야 하고 음악은 아름다운 연주로 청중에게 감동을 줘야 하니까, 어느 쪽이든 쉽지 않다. 공부 이외의 진로도 많아서 굳이 하기 싫은 공부를 모두 억지로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공부는 거의 바닥이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선택의 폭이 넓으며 좀 쉬었다 할 수도 있어서, 하기 싫은 게 탈인 거 빼면 공부는 예체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고 안전' 길이다. 그러니까 며칠만 쉬어도 표시나고 최고가 아니면 생존이 쉽지 않은 예체능 분야에서는 뭐든 공부를 병행하는 게, 부상이나 여러 다른 이유로 딴 길을 가야할지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의 미래 위험을 줄이 차선책다.


        모두 이강인이나  조성진, BTS가 될 수 없으므로, 어렸을 때 공부를 병행하는 게 더 안전하다.     

  


* 이강인 (2001. 2. 19.)

  신체 174cm, 71kg

  키가 상대적으로 좀 작지만, 마라도나와 메시보다 크다.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 FC (MF 미드필더)

  데뷔 2017년 발렌시아 CF 메스타야 입단    

  이강인 화이팅!    

  이강인이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음바페에게 1골 도움을 주고 본인 데뷔골도 넣었으며, 리그앙 몽클리에전에서  음바페가 뒤로 흘려준 공으로 첫골을 넣었다. 음바페가 이강인을 안아올리고, 둘이 환히 웃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 미국에서는 예체능 전공 학생들이 반드시 공부를 병행하도록 정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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