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숲 벤치에 앉아 커피를 홀짝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몰래 관찰한다. 웃으며 옆사람 어깨를 치는 사람, 손짓하며 누군가를 부르는 사람, 무표정으로 홀로 걷는 사람. 바람이 불어온다.
거의 모든 일에 최악을 상상하는 편이다. 행복한 상황에서 더욱이 그렇다. 잠시 방심하고 웃는 사이, 삶이 배신을 때릴 것 같은 예감. 나를 비웃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최악을 상상한뒤에는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놓기도 하고, 뭐든 신중히 결정한다. 그렇다 한들 계획대로 착착 흘러갔던 적은 없다. 오히려 모르는 낯선 상황, 낯선 공간에 불시착해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마시지도 못하는 커피를 홀짝인다. 눈에 띄지 않게, 성가지시 않게, 모두가 주문하는 커피를 고를 수밖에 없는 오늘과 매일매일. 이대로 괜찮은 건가, 그 사이 바람이 불고. 구름 비켜간 자리에 햇살이 나를 가리킨다. 눈을 찡그렸다. 세상이 눈 부시다. 사람들이 윤슬처럼 반짝거리고, 똑같이 생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걸. 하늘이 너무나 파랗다.
“이상하고, 신기하다” 혼자 중얼거렸다. 옆에 앉아있던 동료가 “뭐가 신기해?”라고 물었다.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매일 바라보는 풍경이 오늘따라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