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밖에 없어요?

by 다경린

“아가씨, 이 돈으로는 반지하도 구하기 힘들어요.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네.”

딱하다는 듯이 나를 가르치려 들었다.

모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었을 뿐인데.

“그래도 알아봐 주세요. 여기서 조금 더 높여도 맞춰 볼게요.”

이렇게까지 비굴해져야 하다니. 그래도 엄마가 있을 때는 등 뒤에 숨어 있으면 됐는데.

새삼 엄마의 그늘이 고맙게 느껴지면서도 우울감이 올라왔다. 바로 그것 때문에 완전히 인연을 끊지 못하는 것이다.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못하는 모녀 관계.

나는 중개업자를 따라 집을 보러 다녔다. 집다운 집은 한 군데도 없었다. 사람이 살기는 했는지 의문이 들 만큼 을씨년스러운 데다가 퀴퀴한 곰팡이 냄새 때문에 코를 틀어막아야 했다.

“이런 데서 살 수는 있는 거예요?”

“아, 그럼 당연히 살 수 있으니까 데리고 왔지. 한번 둘러보기나 해요.”

“아니요. 여기는 도저히 안 되겠어요. 다른 집으로 보여주세요.”

“다른 집 가봐도 똑같아요. 괜히 헛걸음만 하지.”

“그래도 딱 한 군데만 더 볼게요.”

중개인은 대놓고 투덜거렸다. 게다가 은근슬쩍 말을 놓았다. 내가 어리다고 만만하게 보는지. 이럴 때 옆에 보호자가 있어도 똑같이 그랬을까.

다른 집을 보러 갔지만 그곳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도저히 사람이 살 데가 아니었다.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에서 살다가는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았다.

“진짜 여기밖에 없어요?”

중개인은 대꾸하지도 않았다. 얼마 받지도 못할 중개비를 포기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매물 들어오면 연락 주세요.”

“알았으니까 가봐요.”

남자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아마도 내가 남긴 연락처는 볼펜 두 줄로 찍찍 그어질 것이다.

내가 살 곳이 있기는 한가.

막막한 마음에 한숨이 나왔다. 발길 닿는 대로 정처 없이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고개를 들었다. 내 마음처럼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멀리서 누군가 뛰어왔다.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였다. 아이는 신발주머니를 쌩쌩 돌리고 있었다. 저러다 날아오기라도 할까 봐 걱정될 만큼.

나는 몸을 사리며 길가에 붙어 섰다.

한순간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움찔하더니 사나워진 눈매로 노려보았다. 아이답지 않은 눈빛에 놀라 시선을 피했다. 얼마 뒤 쾅! 소리와 함께 어느 집 문이 닫혔다. 어찌나 세게 닫았는지 파란 대문이 진동으로 흔들릴 정도였다.

“쟤는 무슨, 문을 저렇게 닫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 앞을 지나가다가 대문에 붙어 있는 종이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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