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부탁

by 다경린

집주인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에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계약하고 싶었다. 최악보다는 차악이 나을 테니까.

내가 대꾸하지 않자, 한숨을 쉬더니 조금 물러난 태도를 취했다.

“그럼 이렇게 해요. 애 봐주는 조건으로 수고비 줄게요.”

“수고비 대신 시급으로 주세요. 저도 알바를 해야 해서요. 시간을 조정해야 할 것 같아요. 정확히 일한 만큼 받겠습니다.”

“알았어요. 시급 챙겨줄 테니까 간단히 집안일도 해요.”

“그건 아니죠. 집안일은 또 다른 얘기잖아요. 방금 전에는 아이만 챙겨달라고 하셨으면서 왜 조건을 추가하시는 거예요? 제가 여기 가정부로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자꾸 그러시면 이 계약 없던 거로 할래요.”

아무리 손에 쥔 게 없어도 할 말은 해야 했다. 그러다 정말로 계약을 없던 일로 할까 봐 겁이 나면서도 말이다.

“내가 무리한 걸 부탁하는 것도 아닌데 그게 그렇게 힘들어요?”

“아주머니도 그게 힘드시니까 저한테 부탁하는 거잖아요.”

대답이 당돌하게 느껴졌는지 아줌마는 말이 없었다.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그만 가보겠습니다.”

“알았어요, 알았어. 그럼 애 봐주는 것까지만 해요. 밥 먹이고 설거지 정도는 할 수 있죠? 다른 건 부탁 안 할 테니까.”

그녀가 나를 다급히 붙들어 앉혔다. 그냥 나가라고 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었다. 나도 그쯤에서 타협할 생각이었다.

“요리도 제가 해야 하는 건가요?”

“밥은 내가 할 거고 반찬은 주문할 테니까 그냥 차려주기만 해요.”

“네…… 그럼 계약할게요. 계약서 작성은 부동산을 끼고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요.”

이런 건 나중에 말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 어쨌든 계약이 성사되어 안심했다. 아줌마는 다급한 마음에 페이스를 잃었다고 생각했는지 어이없어하는 표정이었다.

“더 할 얘기 없죠?”

“제가 사용하게 될 방을 보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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