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빨리 왔어

by 다경린

어설프게 흉내를 내다가 입꼬리에 경련이 일었다. 사장이 피식 웃는다. 창피한 마음에 슬쩍 돌아섰다. 나름 친절했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웃는 상이 아니라서 그런지 난감했다. 웃음보다 한숨이 편하게 느껴졌다.

*

점심시간이 늘어났다. 집에 갈 시간만 기다렸다가 정확히 초침이 멈출 때 앞치마를 풀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동생 잘 챙겨주고 하영 씨도 밥 맛있게 먹고 와.”

사장한테 인사하고 가게를 뛰어나갔다. 이제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여유를 부릴 때도 아니었다. 적당한 속도로 걸어가면서 도시락 만드는 과정을 떠올렸다.

졸지에 동생이 생긴 것도 모자라 특별한 간식까지 만드느라 할 일이 많아졌지만, 동우가 좋아할 걸 생각하니 귀찮지 않았다. 잘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살짝 들뜨기까지 했다. 걸음이 점점 빨라지다가 시간을 조정하기 전처럼 뛰기 시작했다.

집에 가자마자 주방으로 직진했다. 자동차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전부 꺼내 놓았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밥을 꼭꼭 뭉쳐 자동차 형태를 갖추었다. 김으로 창문과 바퀴를 만들고 치즈를 잘라 바퀴 가운데에 올렸다. 어묵과 소시지로 장식하고 과일도 곁들였다. 도시락통에 예쁘게 담았지만, 한쪽이 비어 있었다.

“여기를 뭘로 채우지?”

고민하다가 밥을 동그랗게 만들어서 김으로 눈과 입을 붙였다. 스마일 주먹밥이 탄생했다.

“됐다. 완성.”

만들어 놓고 보니 귀여웠다.

“나도 이런 도시락 받아보고 싶다.”

시간이 없어서 내 건 대충 주먹밥으로 만들었다. 집 밖에서 동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우가 나타났다. 멀리서 뛰어오는데 머리카락이 붕붕 춤추는 것 같았다.

“귀여워.”

신발주머니를 휙휙 돌리던 동우가 나를 발견했다. 손을 흔들자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천천히 와도 되는데. 넘어지면 어쩌려고.”

숨차게 달려 내 발치에 멈춰 섰다. 아이의 얼굴에서 반가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하영이 누나!”

“동우, 수업 잘 듣고 왔어?”

“네! 근데 누나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나 끝나자마자 엄청 빨리 뛰어왔는데.”

“동우한테 자동차 만들어주기로 했잖아. 집에 들어가자. 누나가 만들어놨어.”

“진짜요? 와, 신난다!”

동우는 신나서 집으로 들어갔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자마자 평소처럼 신발주머니를 내팽개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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