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싸워줄게

by 다경린

“동우야, 신발주머니 잘 놔야지.”

내 말에 금세 얌전해지더니 한쪽에 잘 걸어두었다.

“방에 들어가서 가방 놓고 화장실에서 손 씻고 와.”

방에서 화장실로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모습이 강아지 같았다. 식탁 의자를 빼주자 후다닥 달려온다. 도시락을 보더니 눈이 커졌다

“우와…… 이거 진짜 누나가 만든 거예요?”

“그럼. 누나가 만들었지.”

자동차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동우가 벌떡 일어났다.

“어디 가?”

“핸드폰 가지러요! 사진 찍을 거예요!”

방에서 핸드폰을 가져와 사진을 찍어댄다. 싱글벙글하는 아이의 모습에 나도 뿌듯했다.

“그렇게 좋아?”

“네! 너무너무 좋아요!”

“다음에 또 만들어줄게.”

“진짜요?”

“대신 동우가 학교 잘 다니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겠다고 약속하면.”

초롱초롱 빛나던 눈이 금세 시무룩해진다. 입꼬리가 축 처진 채로 중얼거린다.

“쌤이 나 싫어하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이름도 안 불러요.”

“수업 열심히 들으면 선생님도 좋아해 주실 거야.”

동우의 학교생활이 어떨지 뻔히 그려졌다. 그런데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으면 선생님은 학생을 좋아하지 않는 걸까. 선생님도 사람이니까 마음이 더 가는 학생이 있겠지만 조금 뒤처지는 아이한테도 다정히 이름을 불러주면 안 되는 걸까.

동우의 학습태도를 직접 본 건 아니지만 그사이 정이라도 든 건지 아이의 편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마음이 아팠지만 해줄 수 있는 건 말뿐인 위로였다.

“수업 시간에 졸지 말고.”

동우는 정말 그랬는지 뜨끔한 표정이었다.

“반 아이들하고 사이좋게 지내.”

“걔네 다 내 꼬붕인데.”

“그런 말 쓰는 거 아니야. 반대로 애들이 널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어떻겠어.”

“싫어요.”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그래도 사이좋게 지내기 싫은데.”

억지로 친해지라는 말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아이한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그럼 싸우지만 마. 알았지?”

“걔네가 나 열받게 해도요?”

아이의 거듭된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부모도 아닌데 이런 걸 가르치고 있다니. 주제넘은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우가 질문했으니 대답해 줘야 할 것 같았다.

“누나한테 데려와. 대신 싸워줄게.”






【전자책 미리보기 연재】

2025년 7월 21일 전자책으로 출간된 도서입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완결까지 보실 수 있어요!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keyword
화, 목, 토 연재
이전 17화왜 이렇게 빨리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