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한테 월세를 입금하고 시급을 받았다. 통장에 찍힌 액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다시 확인했지만 제대로 본 게 맞았다. 간식을 챙기고 뒤걷이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노고에 비해서 너무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설마 잘못 보낸 건 아니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줌마한테 감사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돌아온 답장은 [ㅇㅇ]이었다.
어쩐지 아줌마다웠다. 잘못 보낸 것도 아닌 듯했다.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와서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었다. 뭐든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걸 아는 탓이다. 동우를 챙겨주는 일이 부담으로 느껴지는 건 싫은데. 그렇다고 받은 돈을 돌려주기도 싫고.
내가 속물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복잡했다. 그냥 동우한테 잘해주는 쪽으로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그때 동우가 나를 불렀다.
“누나.”
“응?”
“밥 잘 먹었습니다.”
“어, 그래. 누나 설거지할 테니까 숙제해.”
“숙제 안 해도 돼요.”
“왜? 숙제 없어?”
“내일 소풍 가요.”
“소풍? 동우 소풍 가는 거 엄마도 아셔?”
“알걸요. 아니다, 모르나?”
“얘기는 한 거야?”
“했는데, 까먹었을 거예요.”
“그럼 김밥은?”
“내일 아침에 사 가면 돼요. 원래 그렇게 했어요.”
동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왜 속상해야 하는 일을 태연하게 받아들이는지. 원래 그렇게 해왔다는 말이 가슴을 후벼팠다.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던 탓이다.
‘엄마, 나 내일 소풍 가.’
‘그런 건 미리미리 얘기를 해야지. 갑자기 얘기하면 어떻게 해.’
‘저번에 얘기했는데 엄마가 까먹은 거잖아.’
‘그랬어? 엄마가 요즘 고객들 만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래. 엄마 내일 아침에도 일찍 나가봐야 해.’
‘그럼 내 김밥은?’
‘시장 입구에 가면 김밥 가게 있지? 거기서 사 가. 아침에 문 여는 데는 거기밖에 없어. 알았지?’
나는 알겠다고 말했다. 바쁘다는 엄마한테 투정 부려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알았던 것이다.
깨달은 건지 체념해버린 건지. 잊고 있었던 상처가 동우의 소풍 얘기로 불현듯 떠올라버렸다. 내 표정이 좋지 않았는지 동우가 눈치를 살폈다.
“누나…… 화났어요?”
“아니야. 누나 잠깐 딴생각했어.”
설거지를 미루고 시간을 확인했다. 앞치마를 벗는 나를 동우가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누나 잠깐 시장 다녀올게. 이따가 학원 잘 가고.”
2층으로 올라가다가 시무룩해하는 동우를 돌아보았다.
“동우도 같이 갈래?”
동우는 내가 물어봐 주기만 기다렸던 것처럼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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