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시작한 일

by 다경린

부끄러운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자, 손.”

살포시 작은 손을 포개는 동우. 마치 공주가 왕자에게 손을 건네듯 수줍은 느낌이었다.

진짜로 동생이 생긴 기분이었다. 어릴 때 동생이 있으면 하고 바랐는데. 형제 없는 동우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나를 친누나처럼 따르는 동우와 큰길에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학원이 있는 상가 건물에 도착했다.

“동우야. 학원 가서 재밌게 배워. 누나는 이제 일하러 가봐야 해.”

“누나 어디서 일하는데요?”

“저기, 길 건너편에 있는 주스가게에서.”

보이지 않는 어딘가를 향해 동우가 시선을 던진다.

“누나 갈게. 학원 끝나고 집에 조심해서 가.”

아쉬워하는 아이를 다독여 학원으로 들여보냈다. 건물 입구에서 돌아보는 동우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계단으로 뛰어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걸음을 돌렸다.

“진짜 내가 누나가 된 것 같네.”

부모도 보모도 아닌 동우의 누나. 그냥 2층에 세 들어 사는 사람.

돈을 받고 잘해준다는 사실을 알면 동우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잘해주는 건 돈과 별개였지만 정말 별개라고 할 수 있을까.

시급을 받지 않았다면 동우한테 먼저 말을 거는 일도 같이 밥을 먹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모든 건 돈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다. 그 집에 있는 동안에는 잘해주고 싶었다. 그건 돈 때문이 아니었다.

가게로 돌아갔다. 차도를 사이에 두고 길 건너편에 주스가게가 보였다. 멀리서도 노란색 간판이 눈에 띄었다. 마침 사장이 문밖에 나와 있었다. 초등학생이 그 앞을 지나가는데도 담배에 불을 붙이고 아무렇지 않게 연기를 흘려보낸다. 아이가 코를 막고 뛰어갔다.

나는 그대로 좀 더 지나쳐서 신호를 기다렸다가 길을 건넜다. 사장은 가게로 돌아오는 나를 웃으며 반겨주었다.

“동생은 잘 챙겨줬어?”

“네.”

“더 쉬다 오지. 빨리 왔네.”

“학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에요.”

“아, 학원이 근처야?”

“네.”

“그랬구나. 얼른 들어와. 햇빛에 얼굴 타겠다.”

나는 사장이 길바닥에 던진 꽁초를 모른 체하고 가게로 들어갔다. 앞치마를 메고 주방을 지켰다.

손님 없는 무료한 오후. 내 머릿속에는 온통 ‘내일 뭐 만들지?’ 하는 물음표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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