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자전거 - 여행 15
마지막 기어
자전거를 타고 긴 오르막을 만나면 다리에 힘이 부칠 때마다 기어를 한 단씩 낮춰 가며 오른다. 낮춰질 때마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지만 페달은 조금 더 가벼워진다. 처음부터 낮은 기어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가속을 붙여 조금이라도 더 올라 기어를 낮추는 것이 오르막 오르기에 더 수월하기에 최대한 높은 기어에서 변속을 시작하는 게 좋다. 그리고 높은 기어에서 시작할수록 1단까지의 단계도 많이 남아 있게 되니 힘들 때 하나씩 꺼내먹는 초콜릿이 늘어나는 것 같다. 오르막에서 기어를 낮출 때 흔히들 ‘기어를 턴다’고 표현한다. 마지막 1단 기어까지 다 털고 나면 오로지 나의 힘으로만 남은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오르막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마지막 기어를 사용하기가 매번 망설여진다. 마지막 기어로도 오를 수 없다면 자전거에서 내려야 할 테니 정상이 보일 때까지는 마지막 병기처럼 아껴두려고 한다.
하지만 아들에게는 고민 말고 남는 힘에 맞춰 변속기를 사용하면 된다고, 마지막 기어라서 굳이 아끼지 말라고 권했다. 마지막 기어를 아끼며 망설이는 마음을 오르막 오르기에 집중하는데 쓰는 편이 낫기 때문에. 그리고 아빠가 밀어줄 거라고 아빠가 또 다른 마지막 기어가 돼줄 거라며 허세도 부렸다.
긴 오르막이면 아들은 ‘나 기어 다 털었어!’를 매번 외치면서도 좀처럼 ‘도와줘’는 외치지 않는다. 마지막 기어를 드러내고 집중하다 보면 새로운 기어나 도움을 찾을 틈이 나지 않아서 일 테다. 오히려 마지막 기어를 남겨놓았을 때 주변을 의식하고 또 다른 마지막 기어, 도움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잔소리를 남발하며 아들의 집중을 혼란하게 하는 가벼운 기어가 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