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자전거 - 성장 10
늘어나는 재주와 잃어버리는 재주
딱히 연습도 하지 않았는데 아들은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아빠가 오래전 잃어버린 재주를 너무 쉽게 터득해서 놀랐다. 아들이 자전거로 계단을 내려오고, 앞바퀴를 들고 타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어쩌면 외발자전거를 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못하는 재주가 많이 생겨날 거고 아빠처럼 잃어버리는 재주도 생겨나겠지.
나의 아버지는 재주가 많은 사람이었다. 재주를 찾는 곳이 많아서 바빴고 더 멋지게 뽐내기 위해서 바빴다. 지나서 생각해 보니 아버지가 뽐낼수록 가족들에게는 그늘이 커졌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철이 들 때부터 폼 나는 재주들을 스스로 금기시했다. 당구도 치지 않고 컴퓨터 게임도 하지 않았다. 노래 부르기도 꺼려하고 농구나 축구도 굳이 참여하지 않았다. 사진기나 오디오 같은 취미도 멀리했다. 그런 메마른 감성을 가지고도 우여곡절 속에 조각을 전공하고 조각가로 10년을 활동했다.
어느 날 조각이 만드는 재주를 뽐내는 직업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재주를 유지하느라 다른 재주를 찾아볼 겨를도 주변을 돌아볼 시간도 부족했다. 항상 내 생각이 먼저고 일상도 그랬다. 혼자서 흔들리다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해보면 평생 후회할 것은 예술가가 아니라 평범한 아빠'라는 생각에 닿았다. 그렇게 시작한 직장생활도 10년 넘게 흘렀다. 여전히 조각이라는 재능에 미련이 크지만 직장에 기댄 덕에 다른 많은 재주도 발견했다. 모든 재주를 재능으로 발전시킬 필요도 없다. 자전거 타기나 가족 그림 따위가 그렇다. 이제 행복하려는 재주와 성공하려는 재주를 구별해 낸다.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다고,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고 가장 중요한 재주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