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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ug 19. 2023

메타버스 열풍은 왜 이리 빨리 식었나

NFT에 이은 초단기 퇴물 키워드의 등장과 퇴장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현실’이라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다. 또한 이 세상에 아주 없던 개념도 아니었다. 과거부터 있던 개념이, 시대가 흘러 거대한 자본세력의 주목을 받아 급부상하는 과정에서 좀 더 그럴듯한 포장지를 쓴 것에 불과하다. 과거의 비슷한 사례로는 UCC(User Created Contents)를 필두로 한 UCC열풍이 있었다. UCC라는 표현이 불과 10년만에 안 쓰이게 되는 것처럼, 메타버스라는 표현 자체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잘 안 쓰이게 되는 표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메타버스가 이미 ‘가상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던 개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의 정의를 ‘가상공간에서의 경제활동이 현실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미 2003년에 ‘린든랩(Linden Lap)’에서 출시한 게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에서 구현이 가능한 서비스였다. 유저들은 세컨드 라이프에 아바타를 만들어 게임 내에 존재하는 가상 회사에 면접을 보고, 일을 하며 게임 화폐(린든 달러)를 받게 되는데, 피팅 모델 혹은 경비원 등의 직업뿐만 아니라 다른 유저를 상대로 매춘을 하는 유저까지 있을 정도로 그 직업의 형태가 매우 다양했다. 또한 유저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린든 달러로 의상이나 가구를 구매할 수 있었는데, 반대로 의상이나 가구 등을 유저가 직접 제작하여 다른 유저에게 판매하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이 린든 달러는 실제 달러로도 환전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현재 언론에서 메타버스의 특징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을 세컨드 라이프는 이미 2003년에 전 세계의 유저들에게 서비스했던 것이다.


  또한 메타버스는 코로나 때문에 일시적으로 현실에서의 거리 두기가 활성화된 시점이라 주목받던 개념일 뿐, 다시 펜데믹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간 우리는 가상 현실이 아닌, 현실에서의 모험을 주로 계속할 것이다. 과거 싸이월드의 ‘미니미’를 비롯한 아바타 열풍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가 가상 현실 속의 자신을 꾸미기 위해 쏟는 돈과 시간, 노력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것의 총합이 결코 현실의 경제 규모 총합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가상 현실은 말 그대로, 가상의 현실. 즉, 현실의 보완재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가 가상 현실을 주된 환경으로 살아가려고 해도 현실에서 나체로 헐벗고, 굶으면서 가상 현실 속의 활동을 이어갈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언론과 자본세력의 여론몰이에 너무 휩쓸리지 말고, 그저 신기술로 보다 더 생생하고 리얼해진 가상 현실, 메타버스를 ‘현생(현실 인생)’에서의 일시적인 유희 도구로서 적절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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