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교실의 이야기 1

by 선 p

다른 교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교실은 개방된 공간이면서도 폐쇄된 공간이다.

매일 다른 교실에 들어가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더 잔인해질 수 있다.


첫번째 해결책은 교사들이 서로 교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학생들이 입을 열지 않으면 아무리 교사들이 노력해도 알기 어려운 영역이 남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서로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게 두번째 해결책이다. 그러나 둘 다 쉽지 않다.


옆반에 특수교육대상학생 지현이 있었다. 나는 그 반 수업을 들어가지 않아 지현이를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옆 반 담임 김 교사가 교무실 옆자리다 보니 자주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우리 반에도 특수교육대상학생이 있어 특수교육대상자의 학교생활 지원 협의회 자리에서 그 학생에 대해 자세히 들을 기회도 있었다.

약간의 지적장애와 강박을 가졌던 지현은 적극적인 성격이었고 항상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자주 김 교사를 찾아왔고 학생의 말을 잘 듣고 최선을 다해 돕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지쳐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다정한 대화가 점점 윽박지르는 호통과 무시로 변해가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해지던 어느 날이었다.


우연히 자습시간 임장지도를 하러 옆반 교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 교실 앞문 바로 옆에 지현의 책상만 따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 왜 여기 앉아?”

“원래 제 자리예요.”

모든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는 다른 학생들 앞에서 더 이상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없어 복잡해진 마음으로 한 시간을 보내고 교무실로 돌아왔다.

김 교사에게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 그건 차별이고 폭력이다.’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동안 그가 에너지를 쏟아 학생들을 살펴왔던 것을 지켜본 기억들이 입을 쉽게 열지 못하게 했다. 오래 고민하다 특수교사를 찾아가 상담을 요청했다.

“선생님 3학년 2반에 지현이 아시죠? 제가 우연히 봤는데 지현이 책상만 따로 떨어져서 있더라고요.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담임교사에게 말하려다가 선생님한테 먼저 상의해보려고 찾아왔어요.”

“아 지현이요. 그랬군요. 근데 지현이가 선생님들을 많이 힘들게 해요. 아시죠? 아마 그럴 만한 상황이 있지 않으셨을까요?”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함께 놀라고 해결책을 찾아줄 동지일 거라 생각했는데 특수교사는 곤란해하며 말을 더 이상 잇지 않았다. 기간제 교사여서 학교에 불편한 이야기를 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교무실로 돌아왔다.

며칠을 고민하다 겨우 내가 김 교사에게 꺼낸 말은 “지현이 요즘 어때요?”였다. 김 교사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고생에 대해 토로했다. 매일같이 끝도 없는 고민인지 민원인지 항의인지 모를 지현이의 이야기를 듣느라 다른 일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 교무실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 교실에서도 다른 학생들을 불편하게 하는 많은 행동들 때문에 너무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 등등 김 교사의 말은 길게 이어졌다.

나는 김 교사와의 대화에서 결국 지현의 자리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내가 그가 힘들어할 동안 도와준 것이 아무것도 없고 앞으로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며 특수교사와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아마 그럴 만한 상황이 있었던 거겠지.’ 그 결론에 스스로 납득한 것은 아니었다. 그럴 만한 상황이라는 것은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를 속였다.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 교사와 대립할 용기. 아직 많이 남은 학기 동안 김 교사 그리고 다른 교사들과 불편해질 용기. 다른 반 학생이었던 지현을 위해 끝까지 싸워줄 용기. 그리고 어쩌면 지현의 반 학생들과도 싸울 용기. 그 모든 용기가 부족했다. 그래서 지현을 향한 차별과 폭력은 그렇게 공개적인 교실 안에서 공개적으로 용인되었다.

그 뒤로 지현의 자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 교실에 들어가볼 일이 없었고 들여다볼 용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비겁했던 나를 부끄러워했던 그 날들이 여전히 또렷하다. 다시 그 날로 돌아간다면 김 교사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김 교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을 가져볼 것이다. 그때의 나는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김 교사와 나는 적이 아니었다. 지현과 지현의 반 아이들이 서로 적이 아니듯이.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겪고 있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동지였다. 그리고 모두가 착각하고 있었지만 문제의 원인은 지현이라는 한 사람이 아니었다. 지현과 김 교사, 지현과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문제였다. 지현이를 깔끔하게 도려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아 한 명이 교실을 떠나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많은 제도와 정책들이 만들어지지만 공동체는 그렇게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걸 몰랐거나 외면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지현의 소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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