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두 그림자

진짜 내가 되어가는 길

by Myriad

탄천을 걸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갑자기 추워진 느낌이지만 생각해보니 조금씩 추워지고 있었다. 춥다고 현실적인 느낌이 오기 전 까지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있다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당황해버렸다. 어느덧 10월인데 추워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곧 겨울이 올 텐데 날씨도 준비해야 할 테지.. 갑자기 추워진 탓에 걷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매번 같은 시간인데도 점점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걷고 있는데 누가 쫓아오는 느낌이다. 그래서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내 그림자가 있었다 달빛과 가로등에 비쳐 앞 뒤로 그림자가 두 개가 보였다. 하나는 앞에서 나를 이끌고 있었으며 다른 하나의 그림자는 나를 뒤따라 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한참 걸으니 이 두 그림자가 하나로 합쳐진다.


어릴 때 생각이 났다. 나의 말과 행동 들이 하나하나 생각이 났다 가끔 지나온 날들을 후회할 때가 있었다. 아 나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나를 비난하는 것 같은 내 시선의 다른 사람들의 말들이 떠오르곤 했다. 잘못된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를 이십 대의 철부지 같았던 행동들이 부끄러워 가끔 생각이 났는데... 그림자를 보니 이해가 되었다. ‘너도 사연이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의 나와 성장해 가는 내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내면도 온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고, 삶이란 나의 경험과 내 생각들이 모여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들이 육체에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나의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쌓여 내 육체의 공간 속에 가득 자리 잡고 있었고 어쩌면 삶이란 늙어가는 모습 속에서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다가 포기했던 무수히 많은 일들로 나를 원망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그 수많은 도전과 포기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헛되이 보낸 시간이 아니었다고 생각이 되니 열심히 살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엄청 쓰며 살았던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안아주고 싶기도 했다.


30대랑 40대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중이다. 40대 중반에 있는 선배들이 왜 그토록 평온해 보였는지도 그들도 다 지나쳐 왔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잘 살아왔어. 그리고 지금 여기도 네가 이끌어 온 시간들도 내 가정도 아이들도 모두 내가 선택해 온 지금의 모든 현상들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내 오랜 시간들이 값진 과정이었구나


오늘따라 유난히 달빛이 반짝거렸고 춥지만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길고 긴 시간 동안 이곳에 온 이유를 찾고 있었는데 보석처럼 값진 삶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려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동기부여 중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