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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Oct 09. 2023

가케가와 스테인드글라스 미술관 (ステンドグラス美術館)

[일본 소도시 여행_시즈오카_빛이 스미는 공간 속으로]

여행에는 성당, 사찰, 유적지, 미술관 투어가 절반이상을 차지할 만큼 지역마다 각양각색의 볼거리가 있지만 현재는 어딜 가도 먹거리, 즉 먹방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특색 없는 자랑하기에 바빠졌다. '여행'의 정의는 없다. 정답도 없다. 무엇을 하든 좋아하는 걸 하면 된다. 그래도 몸은 움직일수록 기억한다는 말이 있듯 나는 먹는 것보다는 걷고 보고, 또 느끼는 여행을 좋아한다. 





일본은 소도시에도 미술관이 많다. 찾아보면 우리나라 보다 분야별로 더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다. 비 내리는 날, 그리고 그림 보고 싶을 때 언제든 가려고 3~4일의 일정을 미리 뺐다. 유럽 성당에서나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미술관'이 시즈오카현 가케가와에 있다는 정보를 얻고 열차에 올랐다. 옛 모습을 보존한 가케가와성과 니노마루 다실등 에도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했다. 날씨 탓일까, 역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은 너무나 조용했다. '사람들은 다 어디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말인데 텅 빈 거리가 신기했다. 





카케가와성에 도착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 바퀴를 둘러보고 혹시나 해서 공사하는 안내판을 번역해 보니, 내년 5월까지 공사 예정이다. 안내책자에는 1994년에 천수각을 복원했다는데 얼마나 됐다고 다시 공사를 하지? 부실공사였나? 홈페이지를 다시 찾아봐도 통합 입장권의 안내만 있을 뿐 공사는 언급조차 없다. 고베의 히메지성과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에 꼭 보고 싶었는데 시간만 버렸다. 갑자기 기운도 빠진다. 보고 실망하는 것보다 찾던 곳에 들어가지 못할 때의 상실감은 더 크게 온다. 오늘 하루를 온전히 투자했는데 이제 남은 건 미술관 관람뿐이다. 여기는 열었겠지. 사방 어디를 봐도 굳게 닫혀있는 문을 보며 기운이 빠졌다. 비탈길을 내려가 작은 빛이 나오는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시민에게 기증받은 70여 점의 작품이 있는 곳으로 19세기 영국빅토리아 시대가 중심이다. 시간대, 날씨에 따라 달라 보인다는 신비한 미술관, 오늘은 많이 흐린 날이다. 밖에서 비추는 빛이 어두워서인지 스테인드글라스가 묵직했다. 쓸쓸함이 내 속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예수의 탄생부터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골고다 언덕까지의 이야기가 있고 제사장, 천사 등 검정 테두리 안에서 빛의 각도에 따라 저마다의 색깔로 성스럽고 다부진 모습들로 잔잔하게 다가왔다. 오타루에서 스테인드 글라스 미술관을 간 적이 있다. 실제 19~20세기 영국 교회에서 사용했던 창을 가지고 와 전시를 해 또 다른 재미가 있었는데 닮은 듯 다른 전시를 보니 눈이 호강한다. 






모퉁이 마지막 전시실에는 만드는 과정의 소개가 있다. 먼저 스케치를 하고 유리를 결대로 쪼개 테두리를 감싸고 색을 칠하는 작업으로 스테인드 글라스는 완성된다. 유리가 조금만 엇나가도 다시 작업을 해야 할 만큼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예술은 경계가 없다. 하지만 강약의 힘조절과 한 번만 어긋나면 처음부터 해야 하고 빛까지 고려해 명암을 넣는 작업은 쉬운 게 아닐 텐데 볼수록 경이롭다. 빨리 보면 15분 만에 끝낼 수도 있을 만큼 작은 공간이지만 천천히 성서이야기에 따라, 빛의 각도에 따라, 그리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림만 보고, 또 여기의 공간만을 본다면 감동을 더해 오랜 시간을 여행할 수 있다.  





나에게 여행이란, 

예상치 못 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기도 하지만 그 버려진 시간에 나를 돌아보며 배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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