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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완벽할 수 없었다 _ 나의 경력에도

by Mira


"꿈이 뭔가? 보직이나 임원 욕심은 없나?"


얼마 전, 본부장님과의 면담 자리에서 예상 못한 첫 질문이었습니다. 가볍게 던진 말일 수도 있었고, 무언가를 가늠하기 위한 신호일 수도 있었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분주해졌습니다.


‘야망 있는 모습으로 비치면 어떻게 될까’

‘아직 애들이 너무 어린데,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게 맞지 않을까’


짧은 침묵 후, 대답했습니다.


"지금의 일을 더 고도화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제 성장이라 생각하고, 어떤 자리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날 밤, 잠들지 못한 채, 다시 그 질문을 곱씹었습니다.


‘나는 정말 욕심이 없는 사람일까.’




첫째 아이가 두 돌이 되던 해, 상무님께서 조용히 부르신 적이 있습니다.


“혹시 주재원 생각 있나?”

“저… 저요?”


처음에는 농담처럼 들렸습니다. 당시 주재원은 경력의 확장, 성장의 통로였고, 해외 근무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성 주재원은 전례가 거의 없었습니다.


“응, 주재원 어때?”


재차 묻는 질문에 심장이 뛰었고, 머릿속이 순식간에 복잡해졌습니다. 그냥 하시는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저에게 내정된 자리를 두고,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제안하는 것이었습니다. 영어가 늘고, 외국인 직원들을 관리하며, 다양성의 현장에서 적응해 보는 경험은 분명 경력의 폭을 넓혀주리라…


하지만, 그 순간 가장 크게 떠오른 것은 엄마로서 이미 채워주지 못한 것이 너무 많은 첫째 아이의 얼굴이었습니다. 타지에서 4~5년을 보내는 일은 그 공백을 더 크게 만들 것이 분명했습니다.


"상무님, 저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날 밤, 여러 생각에 휩싸여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뿌듯했습니다. 성실하게 쌓아온 시간이 누군가의 눈에 닿았다는 증거 같았습니다. 동시에 아쉬웠습니다. 만약 도전했더라면, 경력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생각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이 기회, 이 업무는 나를 성장시키겠구나.’


하지만, 아이가 생긴 뒤 저의 직장생활은 ‘내게 온 기회’와 ‘내가 지켜야 하는 것’ 그 두 가지 사이의 줄타기였습니다. 성과의 기회가 눈앞에 보여도 무작정 달려들 수 없었습니다. 그 기회를 위해 얼마나 치열해야 할지, 그 과정에서 아이들과의 시간이 얼마나 부족해질지, 저울 위에는 늘 그 두 가지가 놓였습니다.


그렇게 워킹맘인 제게 경력의 기회란,

‘저울의 무게를 끝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경력이란, 더 높고 더 넓게 뻗어가야만 완성이 되는 걸까요. 아니면, 내가 지켜야 할 것을 지켜낸 순간에도 완성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일까요.


그 답을 저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아마 경력이 끝나는 날까지도 이 질문은 제 곁을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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