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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완벽할 수 없었다 _ 엄마로서도

by Mira


“아이가 있으면, 무엇이 좋아요?”


종종 미혼이거나, 아이를 고민하는 직원이 제게 이렇게 묻곤 합니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만나요.”


저는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리곤 아이를 통해 느끼는 기쁨과 행복은 인생에서 꼭 한 번은 경험해 볼 만한 선물 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속으로 삼키는 또 다른 대답이 있습니다.


‘워킹맘에게는 그 감정이 전부는 아니에요.’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들, 그때 찾아오는 묵직한 감정을 견뎌내야 하는 시간도 많기 때문입니다.




첫째 아이는 쉽지 않게 만난 아이였습니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이제 아이를 가져볼까 했지만, 생각보다 기다림이 길었습니다.

난임센터를 전전하며 가슴 졸이다 얻은 생명, 마침내 소중한 존재가 저에게 왔고, 그 존재는 제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무엇보다 소중했고, 잘 키우고 싶었고, 누구보다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바람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본래는 친정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업무에 큰 지장이 없도록 복직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아이를 낳고 품에 안아 보니 곁에 두고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현실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직장에서 일을 이어가며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까, 답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미 저를 앞섰던 많은 워킹맘들에겐 선택지가 없어 보였습니다. 다른 길이 필요했습니다.


십여 년 전 들어가 봤던 채용 사이트를 열었고, 연봉이 줄더라도 출퇴근이 유연하고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회사, 그런 자리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지원서를 작성했습니다.


예상했듯, 면접 자리는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과거의 경력을 설명해도 제 모습은 그저

‘산후붓기도 덜 빠진, 출산 휴가 중인 엄마’

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저를 받아줄 자리는 시장에 없었고, 그곳에서 완벽한 지원자로 설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곁에 두고 싶었던 마음이 무색하게, 복직 시점은 빠르게 다가왔고, 아이를 친정 부모님께 맡긴 채 저는 복귀 준비를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주말에만 아이를 만나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주중을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을 안은 채 주말은 아이와 딱 붙어 보냈고, 일요일 밤이 되면 아이에게 최대한 환한 웃음으로 인사했습니다.


“잘 지내고 있어. 엄마 다음 주에 빨리 올게.”


그리고 돌아서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숨죽여 울었습니다. 첫째 아이에게 저는 그렇게, 완벽할 수 없었던 ‘주말 엄마’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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