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를 가진 동료 여직원은 배가 눈에 띄게 불러왔지만, 끊어질 듯한 허리를 양손으로 받치며 밤늦게까지 책상 앞을 지켰습니다. 또 다른 동료는 심한 입덧으로 단축근무를 쓰면서도 밀린 일을 감당하느라 퇴근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라고 말했지만,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책임감 뒤에 감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그것은 몇 해 전 저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둘째가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채 정리하기도 전에, 두 번째 아이가 선물처럼 다가와 주었습니다. 기대와 기쁨, 그리고 노산에 대한 걱정이 뒤섞인 채 조용히 안정기를 기다렸습니다.
임신 10주 차 무렵, 팀장님께 먼저 말씀드렸습니다. 빨리 알려야, 팀 업무를 계획하고 역할을 분장하는데 조금이라도 죄송함이 덜 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담당 임원에게도 조용히 면담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래, 일단 알았다.”
짧은 대답 뒤엔 적잖아 당황하신 기색이 스쳤습니다.
그날 오후, 임원은 저희 팀장님을 부르셨습니다.
“넌 언제 알았어?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사무실에 임원의 목소리가 퍼졌습니다. 팀장님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망가진 프로젝트의 책임을 묻는 듯했고, 팀장님이 저를 대신해 혼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날, 그렇게 저의 임신 사실이 조직 전체에 알려졌습니다. 아무도 저에게 '괜찮은지' 묻지 않았고, 섣불리 위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배려처럼 느껴졌던 날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악착같이 일했습니다. 만삭의 몸이었지만 때로는 새벽까지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습니다. 완벽한 산출물을 내고 가리라는 오기가 저를 몰아붙였습니다.
“임산부도 저렇게까지 하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야 보란 듯이, 공백 없이 책임을 다한 완벽한 직장인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야 자리를 비우는 기간이 조금은 덜 미안하고, 더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간혹 그때의 제가 후회스럽습니다.
예정보다 빨리 세상에 나온 아이,
그 뒤로 이어지는 발달의 더딤...
그것이 온전히 제 탓만은 아닐지라도, 그 시절 저의 완벽에 대한 집착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 생각이 그림자처럼 따라와 이따금 제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완벽한 직장인이 되려던 순간들이 어쩌면 저를 불완전한 엄마로 남게 한건 아닐까. 그때 불완전한 직장인으로 머물렀더라면, 아이를 바라보는 지금의 제 마음이 조금은 덜 무거웠을까.
그때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