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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Jun 18. 2024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한참 자신감에 차고 행복에 겨웠다가 갑자기 또 신경 쓸 게 너무 많고 버겁게 느껴진다. 잠에 들고 싶었지만 잠은 오지 않고 나쁜 생각만 자꾸 들어 생각을 돌리려 엄마와 영화를 봤다. 이젠 진짜 잠에 드려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오래 통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눈물도 보였다. 과거에 이런 나의 모습을 감당하지 못하고 떠난 이도 있었다. 나는 실컷 울었고 그는 잘하지도 못하는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의 노래에 나는 잠에 들었다.


하루는 카페에서 만나 각자 할 일을 하기로 했다가, 내가 카페에서 있기 조차 피곤하여 오래 있지 못하고 미안해하며 금방 집에 가겠다고 했다. 그는 그가 사는 곳에서 우리 집 쪽으로 한 시간은 족히 걸려 왔다. 그럼에도 그는 미안해하는 내게 아니라고, 1초만 보고 가는 것도 좋다고 했다.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그렇다고 그는 나한테 무조건적으로 맞춰주려 애쓰는 것도, 바보처럼, 을을 자처하며 사랑하는 것도 전혀 아니었다. 나에게 맞춰주려 했던 몇몇 이들에게 나는 오히려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은 나에 대해 여러 질문을 했으나 정작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이야기하지 못했고, 취미나 자기 계발 따위를 내가 하는 것들을 따라 했는데 나는 그런 것이 오히려 못마땅했다. 그들은 개성이 없었다. 그래서 나의 상대는 강한 개성이 내재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라 생각해 왔다. 


이 사람은 오히려 내게 딱히 질문하지 않고도 내가 원할 때 편히 이야기하도록 둔다. 내가 그에 대해 물을 땐 마치 지난 30년 인생 동안 쌓아왔다는 듯 준비된 답을 내놓았고, 내가 시간을 보낼 때 자신만의 것으로 알아서 시간을 보낼 줄을 알았다. 그 스스로 단단한 만큼 내가 미성숙한 모습을 보여도, 미안한 행동을 해도 받아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정말 강력한 사랑이 그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지만. 


그는 대체 불가한 사람,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 나와 한 세트인 느낌이 항상 드는 사람, 그냥 멋있는 사람, 편안하고 즐거운 사람, 세심하고 배려가 넘치는 사람, 똑똑하고 능력 있는데 항상 노력하는 사람, 나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존재만으로 감사하게 되는 사람, 그런 그를 만나게 되었다는 게 놀라워 두 번 감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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