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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혜윰 May 29. 2024

실패

어쩌면 기회일지도

당신의 삶에서 가장 큰 실패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실패에서 무엇을 얻었나요?




계획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성향이라 크게 실패했다고 여긴 일이 딱 떠오르진 않아서 제가 그동안 살아온 삶을 쭉 되짚어봤어요. 19살의 수능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당시 모의고사 성적으로는 서울 중상위권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었어요. 수능 날 컨디션도 괜찮았고, 다른 때와는 달리 크게 긴장하지 않아서 모의고사처럼 성적이 나오겠다고 예상했는데 결과는 참담했어요. 수험생 시절 내내 새벽 4시부터 공부했고 주말 야간자율학습도 빼먹지 않고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수험생 기간 가장 점수가 좋지 않았던 수학도 평균 이상은 끌어올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쭉 1등급을 유지했던 언어와 사회탐구에서마저 생전 처음 받아보는 성적이 나왔어요. 노력도 배신할 수 있구나,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재수는 절대 안 된다는 집안 분위기에 재수는 말도 꺼내지 못했어요. 저는 결국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고, 점수에 맞춰 가고 싶은 과라도 가기 위해 수도권에 있는 대학교에 지원했습니다. 수능 하나를 위해 달려온 그 시절의 저에게는 수능이 전부였고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는 게 성공의 마침표라고 생각했어요.


수능에 실패했다는 속상함이 있었지만, 수능을 한 번 더 볼 자신이 없을 정도로 후회 없이 달린 저에게 박수를 쳐주기로 했어요. 다행히 지원한 과에 합격했는데 막상 제 전공이 생각했던 학문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아쉬웠어요. 그러다 우연히 과 선배의 도움으로 제가 정말 공부하고 싶었던 전공 분야를 알게 되어 복수 전공을 이수했어요. 교양 수업에서 닮고 싶은 프랑스어 학과 교수님을 만나 프랑스로 교환학생도 가게 되었고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시간을 쌓아갔어요. 원하는 국제회의 기획자로 커리어도 시작했어요. 실패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이 있어서 그렇지 사실 사전을 찾아보면 '뜻한 대로 되지 아니하다'는 뜻이에요. 뜻한 대로 되지 않아도 그게 또 다른 길의 시작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패는 어쩌면 새로운 시작의 신호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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