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독학
자취했을 때 냉장고에 곰팡이 핀 소스, 반찬, 썩어가는 식재료를 한 구석에 쌓아놨던 적이 몇 번 있다. 안 그래도 작은 냉장고의 한편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도 '냉장고 청소'를 해야 한다는 잡음이 계속됐다. 정말 신경이 쓰였지만 왜인지 거들떠보기도 싫어 한참을 외면하다가 결국 날을 잡고 대청소를 하듯이 싹 갈아엎고 나서야 모든 일이 끝났다. 모든 통을 싹 비우고 모든 쓰레기를 다 처리하고. 깨끗해진 냉장고를 보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
내 내면에도 이와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모든 것들을 다 꺼내봐야 한달까. 이 반찬통에는 뭐가 들어있었나, 하나씩 확인하고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 내 작은 냉장고에는 기껏해야 두 달 이상을 묵히기 힘들었지만 마음 안에는 지금 내가 살아온 햇수만큼 어떤 것이 쌓여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 마음을 들여다본 적이 없다면 더더욱.
이유 없이 무기력하고 피곤하다면 내 마음속, 어떤 묵은 것들이 잔뜩 쌓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게 알게 모르게 내 에너지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단지 신경의 문제만이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더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나는 명상을 하기 전에는 내 어깨가 왜 아픈지, 머리가 왜 아픈지, 미간은 왜 아픈지 몰랐다. 그냥 자세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스트레칭도 했지만 그때 잠시만 괜찮아질 뿐이었다.
그런데 명상을 하면서 실제로 내가 그 부분에 힘을 잔뜩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인지도 못하고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나는 나를 불편하게 하고 있었다. 지금은 머리, 목, 어깨가 아픈 일도 많이 줄었고 이유 없이 기분이 안 좋거나 너무 피곤한 일도 많이 없어졌다. 만약 계속 힘들다 하더라도 거기에 이유가 없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필시 구린내를 풍기고 있는 내면의 '어떤 것' 때문이리라.
하지만 나도 이제야 고작 인지만 하게 된 것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안다. 이제 겨우 1년 넘게 명상을 한 것이니 딱히 많이 바랄 것도 없다. 그래도 내가 앞으로도 계속 명상을 하는 한, 더 좋아질 일 밖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해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하는 나도 가족들에게도 명상하는 걸 비밀로 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기는 한데, 딱히 기도와 명상이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불멍, 물멍과 같은 멍 때리기, 자연과 교감하는 것과 기도, 명상이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신체를 단련하는 운동, 스트레칭과 같이 명상 또한 내 내면을 단련시키는 하나의 도구일 뿐. 더 본질로 가보면 기도나 명상이나 다 똑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진리는 하나로 통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일 뿐이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또 다를 수 있으니 주변에 굳이 말하진 않게 됐다.
이제 내가 그렇게 비밀스럽게 명상을 실천하며 느낀 것들을 풀어보려 한다. 초반에 명상할 때는 주로 손, 발, 얼굴 쪽에 간혹 저릿 거리는 느낌, 더 나아가 소름이 돋는 감각을 느끼곤 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보통은 잡생각 없이 집중이 잘 될 때 일어나는 것 같다. 집중이 잘 된다는 의미는 그냥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와 어떤 기억과 감정이 강렬해서 계속해서 파고 들어갈 때 두 가지로 나뉜다. 강렬한 감정을 느끼다가 소름 돋는 감각이 일어나는 것은 오히려 이해하기 쉽지만 몸이 이완된 상태로 편안하게 명상을 할 때도 이런 반응이 일어난다는 게 참 신기했다. 이런 느낌은 명상을 시작하던 초반에 더 자주 일어났던 것 같고 1년 넘은 지금은 조금 덜해진 것 같다.
명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다가 유체이탈 할 것 같은 꿈을 꿨다. 나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갑자기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빠른 속도감을 느꼈고, 이러다가 영혼이 튕겨져 나갈 것 같은 위기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무서우니까 당연히 거기에 저항하기 시작했지만 솔직히 그런 저항이 하나도 먹히지 않을 것 같은 강렬한 흡입력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꿈에서' 깼다. 깨보니 난 침대 위에 아무 일 없다는 듯 누워있었다. 약간 어안이 벙벙했지만 새벽시간이라 곧 다시 잠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꿈'을 꿨다. 바로 전에 꿨던 그 유체이탈하는 그 느낌이었다. '뭐야, 또?'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난 여전히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고 여전히 저항하려고 노력했다. 다시 꿈에서 깼을 때, 이게 꿈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지금, 몸을 흐르는 전류 같은 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나는 자면서 어떤 강렬한 내면의 에너지의 흐름을 느꼈고, 그 때문에 수면상태에서 깨어난 것이다. 확실히 그 꿈들은 딱히 이미지라 할 게 없었다. 그냥 말 그대로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나는 세 번째로 그 감각을 경험했다. 이제는 익숙했다. 이전과 달리 '아, 또 왔네'라는 태평한 생각을 하며, 이제 정말 영혼이 튕겨져 나가 죽든지 말든지 아예 신경을 껐다. 그냥 그 에너지에 오히려 더 몸을 이완하고 나를 맡겼다. 이 에너지를 이제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일까? 나는 그걸 인지한 상태로 꿈에서 깨어났다. 이제는 롤러코스터가 무섭지 않고 재밌게 느껴지고 있었는데 좀 아쉬웠다.
한 번 더 경험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으나 지금까지 다시 그런-빨려 들어가는- 꿈이자 경험을 하지는 못했다. 내가 한 명상 중 가장 신기한 경험이었고, 그 온몸을 타고 흐르는 강렬한 에너지(온몸에 소름 돋는 감각과 비슷)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언젠가부터는 명상을 하면 귀 쪽에 신경이 집중되는지 귀 안쪽에 압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비행 고도가 올라갈 때 느끼는 그 압력, 그 고통과 비슷했다. 그 압력을 몇 번쯤 경험했을까, 어느 날 얼굴 쪽으로 에너지가 몰리는 게 느껴졌다. 천천히 타고 타고 올라와서, 머리끝에 도달했다. 끓는 물이 딱 100도씨가 되었을 때처럼 어떤 에너지가 정점에 도달하자 온몸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잠깐 소름 돋고 말 거라는 예상과 달리 에너지는 내 몸 주위로 요동을 쳤고 꽤 오랜 시간 감각이 이어졌다. 나로서는 도대체 어떤 연유로 이런 감각을 경험하게 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이런 에너지를 느끼고 있는 게 신기했다.
그 뒤로는 귀에 가해지는 압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눈, 미간 쪽에 힘이 잔뜩 실리는 게 느껴졌다. 심지어 이 부분은 저번처럼 빨리 해결(?)되는 일도 없었다. 지금까지도 가끔 압박감을 느끼고 있으니까. 이 부분이 제3의 눈이라 불리는 '미간 차크라'인 것 같은데 나는 이 부분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조금 답답할 뿐이다. 이 부분은 계속 막혀있는 것 같고, 오히려 최근에는 집중이 좀 잘 된다 싶으면 코가 그렇게 시원하게 뚫렸다. 내 코가 이렇게 막혀있었나? 싶을 정도로 코 앞쪽부터 위쪽까지 전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이건 마치 목캔디나 호올스 같은 사탕을 먹었을 때 같은 느낌이다.
몇 달 전에는 기분을 약간 심란하게 하는 일이 생겼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져서 명상을 시작했다. 그렇게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이 감각이 좀 이상했다. 보통 머리만 아프던가, 배 쪽에만 압력이 느껴지던가, 가슴만 답답하던가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이 감각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 같았다. 그전에는 내가 인지를 못한 건지, 그런 일이 없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 변덕스러운 감각은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그래서 이 느낌을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 느껴주리라 생각하고 인내심을 갖고 편안히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자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 들면서 이번에도 역시 코 쪽이 시원해지고 감각이 잠잠해지는 게 느껴졌다. 시간을 보니 이미 1시간 이상은 지난 상태였다.
솔직히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뭔가 해소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이렇게 1시간 이상씩 시간이 걸릴 때는 마치 오은영 박사님이 어린아이 버릇 잡을 때 30분이고 1시간이고 같이 버티는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그럼에도 내 안에는 아직도 많은 것들이 잠들어 있는 것 같지만, 결국 다 마주해야 끝나는 건가 싶다.
부작용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근래 소화불량이 잦아졌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요 1년간 유독 장염도 두 번이나 걸리고 소화불량은 꽤 자주 찾아왔다. 딱히 과식을 하지도, 이상한 걸 먹지도 않았는데 명치가 자주 꼬이는 느낌이 들었고, 장염 걸렸을 때처럼 붓기도 했다.
감정이 요동칠 때면 주로 이 부위 또는 가슴이 조이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그와 관련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나이가 들어가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다. 최근에는 오히려 명상을 하는 일이 많이 줄었는데, 초반에 느끼던 감각 같은 것들도 이제는 잘 안 느껴지고 그때만큼의 혼란도 많이 잦아들어서 그런 것 같다. 가끔 상황이나 내 생각이 복잡할 때 책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오르거나 따로 시간을 내서 명상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래도 매일 명상하는 게 더 좋을 것 같긴 한데 현존수업 6회 차를 시작해야 하나 모르겠다. 또 때가 되면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