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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테라스

by 문창승

고작 서너 개뿐인

작고 소중한 시간 중의 하나를

지금 여기서 꺼내 굴린다


뽀득뽀득 닦아 빛을 낸 시간이

또르르르 굴러가 펼쳐지는 이곳


가본 적 없는 나라의 가구들과

알아듣지 못하는 노래 꾸러미가

다정한 키스를 선사하는 오후에

쓸쓸한 영원은 잠시 녹아내린다


사정없이 타오르는 시간 한 알과

끝나지 않는 척 춤추는 웃음들


서서히 사그라드는 모서리를 외면하고

눈앞의 폭신한 품에 안긴다

금빛과 재즈와 말소리의 위로


하나둘 흩날리는 재의 향이

코끝에 와 닿는다

고유와 향유가 반짝하며 스러지는 때의

연노랑 버터 색의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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