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의 소나기가 흠뻑,
나의 감각과 생각을 적시었다
겨울처럼 평온하던 오늘 속으로
느닷없이 끼어든
회색빛 휜 길
잠결의 몽글대는 걸음으로
달콤함의 표면을 거니는 몸짓으로
군침 도는 맹독의 너에게로 향하던
바로 그 꿈길
여기 이 돌길
그토록 영원을 기도하던 입으로
종말을 고한 날의 애가(哀歌)가
다시금 울려 퍼지려는 태동을
덤덤히 짓밟는 지금이다
그 무렵 나의 이름이던 너는
지나간 여름의 습기이고
지독하게 앓던 통증이고
한때 탐독하던 소설이다
이제는 바랜 너를 애써 채색하지 않는다
흐릿하게 드리운 그림자와
계속해 길을 걷는다
젖었던 시간을 묵묵하게 털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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