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비명의 협주곡
영원한 밤의 얼룩에 짓눌리다
작심한 듯 이 악물고 일어서
고독히 걸치는 갑옷
양손엔 방패 그리고 검
문밖을 나서자 펼쳐지는 복마전
어둠과 화염의 교미로 태어나는
피와 고통의 랑데부
주인 없는 책임감의 망토 두르고
도약하는 발과 번뜩이는 칼날
뎅강 잘려 나가는 괴수의 팔
허공의 왼팔이 착지하기 전
더 높이 날갯짓하는 오른팔의 선혈
아득한 공포 뿌려대던 송곳니와 함께
깔끔히도 베이는 아가리
더이상 깜빡이지 못하고
심장의 구원을 놓친 눈동자
황망한 동공은 새하얀 잔상 비추고
머리통은 붉게 끈덕지는 흙 위로
그렇게 추락은 계속 그리고 계속 그리고 계속
헐떡이는 숨으로 벗어던지는 갑옷
정의의 살육으로 쌓아 올린 산더미를
절뚝이며 걸어 올라가는 그
꼭대기의 광명에 휩싸여 내려보는 곳
환호하며 절하는 이들의 얼룩
세상 가득히 울리는 만세
홀로 깊숙이 삼키는 만죄
금 간 채 피 흘리는 칼날과
온몸에 밴 죽음에 죽어버린 영혼
잿빛 미소로 처참히 화답하는 육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