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노란 꽃 14화

영웅의 탄생

by 문창승

그치지 않는 비명의 협주곡

영원한 밤의 얼룩에 짓눌리다

작심한 듯 이 악물고 일어서

고독히 걸치는 갑옷

양손엔 방패 그리고 검


문밖을 나서자 펼쳐지는 복마전

어둠과 화염의 교미로 태어나는

피와 고통의 랑데부

주인 없는 책임감의 망토 두르고

도약하는 발과 번뜩이는 칼날


뎅강 잘려 나가는 괴수의 팔

허공의 왼팔이 착지하기 전

더 높이 날갯짓하는 오른팔의 선혈

아득한 공포 뿌려대던 송곳니와 함께

깔끔히도 베이는 아가리


더이상 깜빡이지 못하고

심장의 구원을 놓친 눈동자

황망한 동공은 새하얀 잔상 비추고

머리통은 붉게 끈덕지는 흙 위로

그렇게 추락은 계속 그리고 계속 그리고 계속


헐떡이는 숨으로 벗어던지는 갑옷

정의의 살육으로 쌓아 올린 산더미를

절뚝이며 걸어 올라가는 그

꼭대기의 광명에 휩싸여 내려보는 곳

환호하며 절하는 이들의 얼룩


세상 가득히 울리는 만세

홀로 깊숙이 삼키는 만죄

금 간 채 피 흘리는 칼날과

온몸에 밴 죽음에 죽어버린 영혼

잿빛 미소로 처참히 화답하는 육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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