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설렘과 두려움의 시소 타기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힘이다

by 카푸치노

처음 퇴직을 결심했을 때는 설렘이 컸다. 매일 반복되던 출근의 단조로움 대신, 이제는 더 자유롭고 다이내믹한 하루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마다 분주히 출근 준비를 하던 대신, 느긋하게 커피를 내리고 창밖의 햇살을 바라보는 나를 상상했다. 버킷리스트를 적고,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관련 책을 뒤적이며 ‘퇴직 이후의 삶’을 공부하는 시간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퇴직일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설렘의 그림자 뒤편에서 두려움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창업에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계획은 거창하지만, 정작 하루 종일 TV 앞에서 시간을 흘려보내지는 않을까?
월급이 끊기면 지금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친구들은 여전히 각자의 링 위에서 싸우고 있는데, 나만 너무 이르게 내려오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아무 시도도 하지 않는다면, 설렘도 두려움도 없는 평온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남은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새로운 시도에는 언제나 설렘이 있고, 그 설렘에는 늘 두려움이 따라온다. 키에르케고르는 말했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힘이다.”


퇴직은, 특히 스스로 선택한 퇴직일수록 더 많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지난 몇 달간의 내 마음을 돌아보면, 이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쉽지 않았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두려움이 나를 멈추게 하기보다, 오히려 더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나는 대기업이라는 그늘 아래에서 지나치게 안정적인 삶을 살아왔다. 입사 초기에는 일도 낯설고 사람들과의 소통도 불안했지만, 30년을 비슷한 생활을 이어오다 보니 익숙함 속에서 설렘도, 두려움도 사라졌었다. 이제는 그 익숙함을 내려놓고, 다시 두려움이 있는 세계로 걸어 들어가려 한다.


이 브런치북은 그런 두려움과 약간의 착잡함 속에서 시작되었다. 글을 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어지럽던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고 싶었다. 한 달 남짓한 글쓰기 동안 생각은 정돈되었고, ‘퇴직 이후의 삶’도 어쩌면 꽤 잘 살아낼 수 있겠다는 조심스러운 자신감이 생겼다. 마음을 흔들던 부유물들이 가라앉고, 이제는 잔잔한 호수처럼 차분해진 느낌이다.


완전히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뭔가를 새로 시도할 때마다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시소 타기는 앞으로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두려움이 있다는 것은 여전히 내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며, 바로 그 두려움이 나를 다시 걸어가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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