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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bi의 마음일기 May 05. 2024

[투병일기] 2. “네, 맞아요. 우울증입니다.”

_모두가 숨기려고만 하는 이 슬픈 현실_

 네,맞아요. 우울증세가 꽤 심한편이네요.


아픈 몸으로 오래 살다보니 오랜시간 꽤 긴 터널을 지나왔던 나는 그저 단순히 궁금하기도 했고 , 문득문득너무나 마음이 버겁고 힘들었다.

그래서 상담 전에 해 본 MMPI2(다면적 인성검사) 검사의 결과는 위와 같았고, 이 결과가 딱히 놀랍지도 충격적이지도 않았다.

나 스스로도 이미 예상한 결과였고 상담사님은 진단을 내릴 수 없기에 우회하여 말씀하셨지만,

난 10년 전 이미 우울증진단을 받았었다.

다만 신경정신과가 아니었을뿐.


난치성 통증으로 인해 대학병원을 한 달마다 갔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20대 중반, 진짜 너무나 환하게 피어야할 때에 난 그 누구보다 긴 어둠에 갇혀 살았고, 통증과 더불어 약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난 매일 밤새 화장실에서 계속 구토를 반복하며 몸을 가누지도 못했었다. 매달 바뀌는 약이 너무나 괴로웠고 신경통약으로 쓰이는 약이 우울증 치료제로도 처방되는 약이어서인지

세로토닌 분비로 인해 입맛도 없어 3일 내내 물만 마시며 지내기도 했다.

그러다 나도 모르는 새에 그대로 뒤로 넘어가며 정신을 잃고 쿵! 쓰러져 온 가족이 뛰어나와 나를 흔들어 깨우곤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투병생활 중 나는 퇴근길에 교통사고까지 나서 병원 신세마저 져야했다. 물리치료를 하면 할수록 몸은 더 아팠고, 결국 퇴원 후 난 더 큰 통증을 얻으며 살아야했다.


달마다 가는 대학병원 진료는 큰 의미도 없었고, 매 진료마다 교수님의 질문과 나의 대답은 늘 일정했다.


                          ‘좀 어떠세요?‘

                    ‘죽을 것 같이 아파요‘


이 한마디의 대화가 오가면 약이 바뀌었고, 난 또 한달을 적응하느라 밤새 변기를 붙들고 모든 걸 게워야했으며 어지럼증으로 꼼짝않고 화장실서 날을 새며 약기운이 떨어져야 기어나와 침대로 가야만 했다.

살은 점점 빠지고 근력도, 체력도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나는 이렇게 1년 정도를 산 송장처럼 살았다.

물론, 일도 다 그만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버거운 나는 이전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내 삶을 살아냈던 이였다.

오죽하면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낮에는 과외를 하고,

야간에 카페에서 일을 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낸 나의 결과는 난치병이라니.


어찌 제정신으로 살아낼 수 있겠는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침대에서만 살아야하나 싶어 너무 무서웠던 날들이었다. 온몸의 수분이 다 빠져나갈 듯 나는 밤새 울기를 반복했고, 가만히 있다가도 ‘툭’ 눈물이 떨어졌다.

너무나 막막하다 못해 절망에 빠진 나날들이 계속되었고, 그럴때 마다 나는 어떻게든 이 삶을 끝내려했다.


가족들도, 지인들도 아무도 모르게.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되 온전히 나의 모습을 유지한 채 마지막을 맞이하려고 많은 생각과 써칭을 했지만 결국 나의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지금에와서 생각하면,

’그 때 내가 내 삶을 정말로 단념하고 놓아버렸다면 어땠을까..?‘

이 정도로 통증에 적응하고, 어느 정도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몰랐기에 난 절망했지만, 그걸 해내는 지금 이 사소한 것들이 참 감사한 일임을 새삼 느낀다.


물론, 여전히 사소한 것들에도 체력적 한계로 인해

힘든 일들이 없진 않고 그럴 때에 나 스스로 자책을 하기도 하지만,

이젠 스스로를 다독이고 데리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기에 이 정도면 꽤 희망적이지 않나 싶다.



[투병일기] 1. 이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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