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d Mirror Mar 20. 2024

일, 구슬을 만드는 중입니다

1부. 명상 전 이야기

나는 한 가지 일을 꾸준하게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한 회사에 가장 오래 다녔던 건 5년간 보험 영업을 했던 첫 직장이었다. 고객 상담을 할 때 빠짐 없이 했던 질문이 있다.


"꿈이 뭐에요?"


그리고 나의 꿈을 이야기했다. 당시 나는 하늘을 나는 파일럿이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오랜 꿈이었다. 고등학생 3학년 때 첫 번째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공사나 항공대학교에 지원할지 수학통계 관련 학과에 갈지 고민했다. 공군사관학교는 고등학교 성적이 안 되어 바로 포기했다. 3개의 대학에 지원할 수 있었는데, 항공대와 안정권에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겹쳤다. 그리고 항공대에 가도 실제 파일럿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카더라' 뉴스를 들었다. 일단 일반 대학에 가고 파일럿이 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 보기로 결정했다.

대학 1학년 겨울방학, 미국에 갔다. 삼촌 지인 분이 헹글라이더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넘어가 이동하는 택시 기사님을 만났는데 투잡을 하고 계셨다. 원래 직업은 비행을 가르친다고 했다. 그 순간 대학 생활에 묻혀 까맣게 잊고 있던 내 꿈이 생각나고 가슴이 요동쳤다.


한국으로 돌아와 아저씨에게 연락을 했다. 


"아저씨, 항공 유학을 가고 싶어요."

"미국 유학 올 때 돈을 얼마나 가지고 올 수 있어요?"

"사실 돈이 없어요. 가서 일해서 돈 벌며 공부해야 해요."

"그렇게 오면 공부도, 일도 제대로 안 되요. 5천만원은 모아서 가지고 와요"


첫 직장에서 나는 5천만원을 모아 유학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하늘을 날고 싶은 나의 꿈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첫 직장 생활에서는 돈을 모으지 못했고, 2천만원의 빚만 남았다. 직장을 그만둔 뒤 엄마에게 돈을 빌려 한 번에 갚았다. 이 때부터 내 방황의 시간이 시작됐다. 어디로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두 번째 회사인 스타트업에서도 영업을 했다. 할인 쿠폰 어플을 만든 회사였는데, 내가 홍대와 이태원 영업을 맡았다. 어플에 입점할 식당, 카페, 술집 등을 영업하러 다녔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일들은 다음과 같다.


보험 영업 5년.

스타트업 5개월.

라임파는 회사 3개월

카페 아르바이트 7개월

공사 아르바이트 5개월

공사 임원 비서 2개월

1인 지식가를 위한 카페 운영 및 기획 10개월

1인 여성 가구를 위한 카페에서의 프로그램 기획 3개월

장애인문화예술판 7개월

에어비앤비 4년

속옷 인터넷 판매하는 회사 2개월

헤어매거진 3년 3개월.

의 회사 시작

명상요가 지도

공기업 PR 마케팅 7개월

온라인 판매 사업 3년 이상 진행 중


보통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라고 하는데, 나는 다양한 일을 해 왔다. 이렇게 맥락없이 다양한 일을 해도 되나? 이러다가 나는 전문가는 커녕 이도저도 아닌 인생이 되지는 않을까? 불안감이 나를 찾아 왔다. 그러던 중 친구의 소개로 별자리점을 보러 갔다. 나의 생년월일 시를 넣었더니 한 그래프가 모니터 화면에 펼쳐졌다. 그리고 별자리점을 봐 주는 사마리아님이 내게 말했다.

"아기가 태어나는 그 순간 우주에 있는 태양, 달, 별에서 어떤 기운이 그 사람에게 새겨져요. 오늘 아마 어떤 고민이 있어서 오셨겠지만, 우선 제가 무르팍 도사처럼 이 별자리 차트에서 알 수 있는 것들을 얘기해 드릴게요."


내 별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가진 특징들을 하나씩 얘기해 주기 시작했다.


"정말 좋은 시기에 제게 왔네요. 아마 2-3년 전에 와서 제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면, 별로 와 닿지 않았을거고, 몇 년 뒤에 찾아왔다면 많은 것들을 놓쳤을 수 있기에 아쉬웠을 거예요. 앞으로 6년이 당신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신분 변화의 시기라고 할 수 있죠. 특히 13개월에서 15개월 사이에는 극심한 변화가 찾아올 거예요. 예를 들어, 지금까지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다면, 앞으로 무언가 다른 어떤 것이 될 거라는 거죠. 구슬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양한 구슬을 많이 만들어야 해요. 이 별자리를 가진 사람들은 한 가지 일을 30년간 한다고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이 구슬처럼 꿰어지면서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게 되죠. 운이 있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 무슨 일을 하든 '간만 보자'는 심정으로 가볍게 시작해 보세요. 외톨이지만, 편견을 바꿀 수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내 부족함이 들킬까 봐 걱정하며 살아왔어요. 그래서 공허하고,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꼈죠. 또한 지금까지 인정받으며 살아왔고, 선한 인상 덕으로 살아왔어요. 하지만 이제 우주는 그대에게 서류를 요구할 거예요. '너는 어떤 사람이니?' 질문에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온 거죠. 수료증, 자격증, 유학을 가서 학위를 딴다거나 증명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준비하세요. 여러 가지 일들에 간 보듯이 손만 대어 보세요.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하되,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주피터처럼 이 별자리를 가진 사람은 '내가 바로 천직'입니다. 도자기를 깨어 내 안의 수많은 천직들을 꺼내며 살아야 합니다."


내 별자리를 가진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이라는데, 그냥 내 얘기였다. 다 듣고 나서 '안도감'이 들었다. '아, 내가 제대로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 특히 '여러 개의 구슬을 꿰며 살라. 넘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보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하되, 간만 보라."는 말이었다. 방황했던 지난 2-3년의 시간에 나를 가장 많이 괴롭혔던 점이 바로 '나는 왜 이렇게 맥락 없이 여기저기 방황하며 살고 있는 걸까?'였기 때문이다. 이력서를 내면 언제나 미끄러졌고, 지인들을 통해 일하게 된 곳은 내가 일을 시작하면 회사가 문을 닫거나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흔히 사회에서 말하는 '스펙'과는 너무 멀리 온 것이 아닌가 싶어 괜히 혼자 초조하고 불안했다. 하지만 그 2-3년의 시간을 거쳐 지금의 나는 나를 보는 시선,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내가 좋으면 된 거지, 오랜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내게 일어난 일들에 다 이유가 있겠지. 지금은 도대체 내게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 사실은 내 마음이 편해지기 위한 자기 합리화였다. 그러나 자기 합리화에 대한 자책보다 나를 압박하는 것들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사실이 훨씬 중요했다.


그래서인지 내 별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를 들으며 지난 몇 년의 시간들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스쳐 지나가 눈물이 날 뻔했다. 그동안 얼마나 애타게 '나'를 찾아왔는가. 무의식 중에 찾고 싶은 '나' 였기에 왜 찾아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적도 없다. 그냥 찾아야 했으니까. 찾아야만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구본형 선생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 3년의 시간을 기다렸던 것도,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지금의 짝꿍을 만나 두 번째 스승을 만나게 된 것도. 지금도 여전히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구슬을 꿰는 중이다. 이 구슬들이 꿰어져 과연 무엇이 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