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의 시작은
외로움.
견디면 끝날 줄 알았던
외로움은 습관이 되었고
우울감으로 몸집을 불려 나갔다.
내 우울증은
가족으로부터
관계로부터
날씨로부터 왔다.
아버지의 외도, 부모님의 이혼, 남편의 외도
햇볕이 안 드는 유럽의 날씨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어린 시절
유학시절의 고립
문화차이 극복
이 모든 것들의 콜라보가
내가 죽고 싶었던 이유다.
죽으려고 보니
무서웠다.
그때 우연히 이어령 선생님, 이근후 선생님, 허지웅 작가님 등
죽음에 대한 이야기와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부모님이 가르쳐 주시지 못한
사는 법을
알려주시는 것 같았다.
죽고 싶지 않았다.
우울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는 살고 싶은데
죽고 싶은 감정이 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고장 난 로봇처럼
우울함이 나를 조종하지 못하도록
매일 산책한다.
햇볕을 쬔다.
요구르트를 마신다.
나에게 친절한다.
*남편은 나보고 배부른 병이라며 이해하지 못했다. 고생을 안 해봐서 그런 거라나.
* 브런치 키워드에는 왜 '살다'는 없는가.
* 신경정신과(동네병원)에 전화하면 2주 뒤에 오라고 한다. 그동안 죽으면 어떡하라는 건지 당황했었다.
- 그럴 땐 무조건 뛰세요. 죽을 힘으로 뛰세요. 30분 정도 뛰면 그날은 살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