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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r 08. 2024

들여다봤다

정리하고 싶었던 추억상자를 열었어.

거기엔 16살 17살 18살 19살 내가  있었어.

16살 인아에게서  온 편지도 있었고

16살  지성이에게서  온 편지도  있었어.

그때 내가 겉으론 씩씩했고 속으론 두려움이  많은 게

이제야 보인다.

똑같은  추억상자를 28살에도 열어봤고 32살에도 열어봤는데 이제야 16살의 내  마음이 보여.


친구들의 편지를  정리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

지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서로이지만

39살의 내가 16살  나에게  그리고 16살 인아에게 16살 지성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그리고 그때의 시간은 편지 속에  담아 기억하고  싶어.


그때도  나는 우울한  아이였어. 그런 날 돌보아 준 너희들에게  감사해.


그리고 내가  불쌍했어. 세상을 즐기며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오늘부터라도 슬프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해  볼 거야. 쉽지  않겠지만.


늘 견디는  것이  내 삶이었어.

회사에 들어와서 한 순간도 안 힘든 적이  없었어.

대학원도  그랬고.

지금 되돌아보면

내가 사회성이 많이  부족했고 지금도  그런 것  같아.

운이  좋게도  내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많았어.

지금도 그렇고.


정리할 수  없는  추억상자를  그냥  닫으며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39살 내가 16살 미성숙했던  나를  대신하여 메시지를  남겨본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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