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고 싶었던 추억상자를 열었어.
거기엔 16살 17살 18살 19살 내가 있었어.
16살 인아에게서 온 편지도 있었고
16살 지성이에게서 온 편지도 있었어.
그때 내가 겉으론 씩씩했고 속으론 두려움이 많은 게
이제야 보인다.
똑같은 추억상자를 28살에도 열어봤고 32살에도 열어봤는데 이제야 16살의 내 마음이 보여.
친구들의 편지를 정리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
지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서로이지만
39살의 내가 16살 나에게 그리고 16살 인아에게 16살 지성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그리고 그때의 시간은 편지 속에 담아 기억하고 싶어.
그때도 나는 우울한 아이였어. 그런 날 돌보아 준 너희들에게 감사해.
그리고 내가 불쌍했어. 세상을 즐기며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오늘부터라도 슬프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해 볼 거야. 쉽지 않겠지만.
늘 견디는 것이 내 삶이었어.
회사에 들어와서 한 순간도 안 힘든 적이 없었어.
대학원도 그랬고.
지금 되돌아보면
내가 사회성이 많이 부족했고 지금도 그런 것 같아.
운이 좋게도 내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많았어.
지금도 그렇고.
정리할 수 없는 추억상자를 그냥 닫으며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39살 내가 16살 미성숙했던 나를 대신하여 메시지를 남겨본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