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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r 18. 2024

들여다볼까

실은 두려웠다.

과거를 들추는 것이.

추억상자에 담긴 편지들과 사진들을

언젠가 정리해야 하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그 시간이 와 버렸다.

이대로 태워 버리면 좋겠는데

좋았던 기억들도 섞여 있기에

아묻따 버릴 수 없는 노릇이다.


삶에서,

어떤 관문이나 중요한 거점을 지나가는

순간들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고등학교 졸업이, 회사의 입사가, 결혼이 그런 시기였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이 또 그런 순간인 것 같다.

39살, 꽃 청춘이 지고 있다는 생각에

호르몬이 이상해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싫든 좋든 들여다보기로 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삶의 정리라고 하자.


나는 처음부터 슬픈 사람은 아니었을 텐데

그 깊은 심해를 마주할 생각에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뱉는다.

들여다본 후에는

아픈 과거로 남지 않을 것이다.

용기를 내 상자를 열어

어린 나를 안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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