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무정부주의의 가장 진한 실험실
“무정부 상태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이 질문을 현실에서 실험하는 건 위험하고, 불가능하다.
하지만 게임은 가능하다.
마인크래프트(Minecraft) 단순한 샌드박스 게임처럼 보이는 이 세계는, 어느 순간부터 디지털 아나키스트들의 무대가 되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전설로 남은 서버, 2b2t(2builders2tools)는 무정부주의의 가장 극단적인 양상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여기에는 규칙도, 관리도, 금지도 없다. 아무도 당신을 보호해주지 않으며, 그 어떤 행동도 제한받지 않는다.
그야말로 완전한 무규칙 PvP 디지털 생존 시뮬레이션이다.
2b2t에 처음 접속한 유저는 곧 절망을 경험하게 된다. 스폰 지점은 폐허처럼 훼손되어 있고, 어디를 가든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살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수십, 수백 킬로미터의 공간조차 유저가 남긴 파괴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엔 규칙이 없다. 모두가 도둑이고, 모두가 파괴자다. 모든 행위는 허용되며, 윤리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곳은 아나키즘의 실현인가? 아니면 아나키즘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증거인가?
아나키즘은 단순히 권위를 거부하는 사상이 아니다. 그 핵심은 “권위 없이도 자율적으로 질서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에 있다. 하지만 2b2t는 이 믿음을 시험한다.
이곳의 유저는 시스템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 결과는 공동체의 자치가 아니라, 폭력과 배신, 트롤링과 무정부적 생존의 반복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 2b2t는 ‘실패한 아나키즘’이 아니라, 윤리 없이 자유만 허용된 극단적 개인주의의 시뮬레이션이다. 그리고 이 실험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아나키즘적 공동체가 얼마나 상호신뢰와 공동체 감각에 의존하는지를 드러낸다.
무정부의 가능성과 한계
흥미로운 건, 이런 공간에서도 여전히 질서 비슷한 것이 생긴다는 점이다. 엘리트 유저 집단이 등장하고, ‘스폰지대 보호팀’이 생기기도 하고, 자기들만의 미학과 규범을 가진 집단이 형성되기도 한다.
2b2t는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모든 통제가 사라졌을 때,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공동체는 권위 없이도 유지될 수 있는가?”
2b2t 서버는 불쾌하면서도 아름답다. 그곳엔 법이 없고, 권위도 없지만, 그래서야말로 가장 날것의 인간 본성과 자유의 의미가 드러난다.
또한, 디지털 공간에서 우리가 ‘자유’를 어떻게 오해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그리고 아나키스트가 되고 싶은 유저라면, 그 자유의 무게와 책임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