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단어 뒤에 숨겨진 우리의 열망

라이팅

요즘 신조어 중 한남, 똥차, 재활용도 안되는 쓰레기, atm 취급 등등 혐오단어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그런데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이런 단어 뒤에는 상대를 까내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원하는 욕구가 숨어있는 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내가 원하는 상대, 내가 원하는 상황, 내가 원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정직하고 헌신적인 남자, 가정적인 남편, 자애로운 시부모님 등을 원하는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원망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 바꿔말하면 내가 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았고 원하지 않는 사건이 일으켰기 때문에 나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런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도 전체를 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 행동이 잘못되었는데 그것을 고쳤으면 하는 궁극적인 의도가 아닐까. 결국 쓰레기 옆에 있었던 건 나고, 똥차 타고 있었던 것도 나인데. 똥차나 쓰레기도 어떤 나쁜 기억을 준 사람들의 특정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내 마음에 강력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내가 상처받은 그 순간들이니... 내가 존중받지 못했던 순간, 내가 인정받지 못했던 순간, 내가 원하지 않은 상황에 강제로 처해졌던 그런 순간들의 상처가 너무 커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런 혐오나 갈등을 조장하는 단어들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우리 인생에서 이렇게 서로를 욕하고 헐뜯으며 사는 것이 우리에게도 이로울까? 그게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삶일까?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면 너무 속보인다거나, 속물이라거나 하는 비난을 받을까봐 두려울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내가 싫은 행동이나 상황들을 제거하거나 피해가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상황도 있다. 하지만 이런 수동적이고 간접적인 방법보다 차라리 내가 원하는 방향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추구한다면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라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부정적인 단어나 평가 보다는, 긍정적인 문장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소극적인 부정보다는 적극적인 긍정으로.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존중해주고 존중받으면서 지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인정해주고 인정 받으면서, 서로를 도와주고 도움 받으면서 그렇게 사는 것을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몰라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움보다 사랑으로, 비난 보다 존중으로, 어쩌면 우리 모두 남녀노소 불문하고 그런 사회를 원한 것은 아닐까. 그게 우리의 진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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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문장

-> 긍정적인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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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서 노키즈존도 사실은 모든 아이들의 입장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말썽을 부리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제재하지 않는 부모가 문제인 것이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상황은 노키즈존이 아니라 안전하고 쾌적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인 것. 그것을 위해 아이 뿐만 아니라 만취한 고객이나 폭력상황 등의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서 문제가 되는 손님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먼저 내세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자기자신의 행동과 아이들의 행동을 잘 관리하는 손님을 우선적으로 대우해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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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 식탁 예절이 바른 어린이들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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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나는 남편을 진정으로 atm 취급하고 싶을까? (만약에 진짜로 사랑없는 결혼을 억지로 해서 남편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면 또든 부부간에 상호 합의된 사항이 있었다면 적절한 관계일 수도 있다.) 다르게 말하면 나는 현재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가 되고 싶을까? 그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일까? 우리 아이들을 아빠의 사랑이나 관심을 받지 못한 그런 가정에서 자라게 하고 싶을까? 그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일까?

어쩌면 남편이 atm 이라는 것은 남편에게 바라는 게 많을 때 그런 취급을 할 것 같다. 바라는 게 100가지나 많은데 이루어지는 건 10까지 밖에 없으니, 10밖에 못주는 남편을 atm 이라고 하면서 이루어지지 못한 나의 90의 공허한 마음을 달래는 것이 아닐까... 나에게 남편은 -90인데 그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atm 이라고 낮춰 부르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가정에 더 충실하길 바라는 마음 아닐까?

오히려 남편에게 진짜진짜 바라는 게 없이 월급이나 생활비만 제공해주는 것에 100% 만족한다면 그 돈을 받을 때마다 일하러 간다고 밖으로 나갈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 내 돈줄~ 나와 시간을 보낼 필요 없이 아이들의 아빠역할도 필요 없으니 나가서 일 열심히 하고와요~ 야근도 많이해서 수당도 더많이 받아와요~ 당신 건강은 중요하지 않으니 투잡이라도 뛰고 와요~ 라고 속으로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남편을 남편으로 사랑하려면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남편이 나에게 해주지 않는 90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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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 남편

-> 가정을 위해 충실히 생활비를 벌어주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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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시댁이나 남편 또는 처갓댁이나 아내의 불합리한 언행을 고발하는 글들 밑에 항상 달리는 댓글이 있다. 오늘도 비혼을 다짐합니다.

내가 하고싶은 것이 진정한 비혼일까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아예 결혼 자체를 포기해 버리기로 다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렇다면 운명이라 느껴질 정도로 사랑하는 배우자나 합리적인 시댁을 만나면 언제든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일까?

그러면 그것은 비혼보다는 더 나은 상대를 찾기 위한 과정일수도 있다. 어쩌면 불합리한 상황 때문에 비혼을 다짐했다면 그 사람은 오히려 결혼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더 긍정적인 결혼의 모습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 사람의 선택을 타인이 왈가왈부할 수 없을 것.

젊은이들이 비혼을 다짐하고 딩크를 다짐해도 만약 현실이 훨씬 더 살기 좋고 가정친화적이었다면 어쩌면 다른 것을 원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결혼해도 배우자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면, 결혼해서 시부모님께 존중받는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더라면, 결혼해도 자산을 축적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더라면 오히려 결혼하려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내가 행복한 인생을 살았더라면 이 아름다운 세상 자식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지 않았을까?

그니까 지금 헬조선이라서 결혼안해 라는 말은 헤븐조선이면 결혼하고 싶어 라는 나의 바람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천국이 되려면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니 나는 비혼주의자라고 규정지어버리는 것 보다는 내가 원하는 모습의 결혼생활을 찾을 수 있을 나의 가능성이나 잠재력을 열어두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일 수도 있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추구하는 것이니 타인의 속박이나 굴레에서 벗어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내가 정말 혼자서 평생을 자유롭게 살고 싶은지 아닌지, 내가 합리적인 사람들과 가족의 연을 맺고 싶은지 아닌지, 내가 진정으로 어떤 삶을 살길 원하는지 나만의 결정이다. 그리고 나는 언제든 그 상황에 맞춰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결혼을 했어도 이혼할 수 있고, 약혼을 했어도 파혼할 수 있고, 비혼을 선언했어도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

          언어감지          ⇌          부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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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비혼을 다짐합니다.

-> 내가 원하는 결혼생활은 배우자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시부모님께 존중받는 가족의 일원이 되고, 결혼해도 자산을 축적하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삶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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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연하게도 내가 원하는 게 영화에서처럼 뿅 하고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이라는 좌절감과 무력함에 나의 희망사항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이게 포도밭의 여우처럼 저 포도는 어차피 덜 익어서 맛없을거야 하는 처지가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누구보다도 포도를 원하고 있을 수도 있다. 

자기합리화나 정신승리를 하며 한 발자국 뒤에 물러서 있는 것보다 차라리 내 열망을 존중하고 내 희망을 위해 한번쯤은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 어떨까. 구체적이고, 긍정적이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내가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명확하게 상상한다면, 나는 그렇게 될 수 있다. 분명히. 내가 그렇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