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작가라는 직업을 선망했었다. 지식을 글로 풀어쓰고 후대에 까지 남길 수 있는,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나는 우리 남편이 정말 자신의 업무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라 언젠가 자신의 책을 출판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책의 첫 장에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치는 책이라고 적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나는 왠지 모르게 남편을 위한 선택을 하면서 자발적으로 나를 희생하고 남편이 잘 되면 나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나는 남편이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나만큼 원하는 줄 알았다. 아니, 그것이 나만큼 빨리빨리 이루어버리고 싶어하는 줄 알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인생 기니까 언제든 그런 일이 일어나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마는 정도만 원하고 있었나보다. 남편이 책을 쓸 수도 안 쓸 수도 있었고, 심지어 책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쓰고 싶은지 아닌지도 고려대상이 되질 않았다. 결국 그것은 나만의 이상한 꿈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꿈을 내가 이루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애초부터 당연히 그랬어야 했는데, 그래도 늦게라도 깨달으니 다행이다. 투고도 했었고, 글쓰기 수업도 듣고 있고, 브런치 작가 신청도 했다. 그리고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내 책이 출판되었을 때, 내 책의 첫 장에 사랑하는 남편, 가족, 친구들을 위한 책이라고 쓸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예전에 점 본 내용 중에서 내가 글을 쓰는 일을 한다고 말씀해주셨던 게 기억난다. 글로 돈을 벌어 먹고살기는 어렵겠지만 (내 필력이 그렇게까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 나에게 있다는 것 자체가 든든한 힘이 되어준다. 나에게는 글쓰기가 내 삶이 더 나아지는 방법 내 미래를 꾸려가는 방법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방법이다.
남의 생각보다 나의 생각을 더 궁금해하고 남의 기준보다 나의 기준에 맞춰서 살기. 나의 흔들리는 얄팍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는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게 맞다고 생각할까? 왜 그렇게 생각할까? 나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답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나에게는 정말 필요했다.
생년월일이나 혈액형 별자리 형제자매순 mbti 각종 심리테스트로 나를 규정짓는 것보다 내가 되고 싶은 것에 집중하기. 나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내가 뭐든 될 수 있다고 믿어주기. 다른 사람의 승인이나 허락, 인정을 쫓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아주기.
나를 힘들게하고 미워하고 상처줬던 사람들보다, 내 곁을 지켜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준 사람들을 생각하며 나를 긍정적인 사람들로 채워주기. 내가 좋은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알리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나의 좋은 소식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실 사람들. 나를 믿고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언제나 나와 함께라는 것을 느끼기.
내가 힘든 일들을 잠시 내려놓고 하고 싶은 일들에 신경을 쏟기. 내가 하기는 싫지만 억지로 해야만 하는 일들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오랫동안 나의 꿈으로 남아있던 일들을 시작하기. 내가 하고싶은 일들을 적어놓은 일정표를 보면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로 하루를 채우고 그것에 집중하기.
영화 50번째 첫키스에 나오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 주인공처럼, 남자 주인공이 잘해준 것만 기억하기. 긍정적인 것만 보고 마음 아픈 일들은 잠시 쉬어가기. 내가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그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할 준비가 되었을 때, 내가 어려운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의 객관적인 시각이 준비가 되었을 때, 그때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다.
마음이 현재에 있어야 행복하다. 내가 외나무 다리에서 철천지 원수를 만나는 숨막히는 상황에서도 그 사람과의 어려운 관계에 집중할 필요 없이 나에게 온 신경을 쏟기. 나는 지금 최상의 상태인가,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내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가, 내가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가, 내가 어깨 펴고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는가.
중심을 나에게로 옮겨오기. 그 사람과 대화하고 싶으면 대화하겠지만 대화하기도 싫은데 억지로 비위맞춰줄 필요도 없음. 나는 다리를 건너기 위해 가는 중이지 저 사람과 마주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가는 길을 갈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는 사실 정답을 모른다. 다만 내 인생은 내가 주인공이고 남의 인생은 남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안다. 오로지 나만이 내 인생을 살 수 있고 내가 나를 위한 결정을 할 수 있다. 나에게 집중해서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내가 나를 돌봐주고 사랑해주고 이해하고 치유해주고 칭찬해주고 아껴줘야 한다.
내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나는 내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낼 것이다. 해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고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낭만적인 순간을 원한다면, 야밤에 외출해서 대형 벌레들을 봐도 못본 척 할 수 있어야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앉을 만한 자리를 찾아 오랜 시간 걸어다닐 수 있어야 하며, 낡고 더러운 공간에 앉을 수 있는 결벽증 없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서툰 솜씨로 나에게 기타를 쳐준다는 사실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며, 나를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데려와줘서 고맙다는 말도 꺼낼 줄 알아야 하고, 길다면 긴 그 시간을 인내하고 내가 언제 실내로 돌아가고 싶은지 알아채어 친절하게 알려줄 줄 알아야 하며, 아까 왔던 그 멀고도 험한 길을 되돌아 갈 수 있는 기력이 있어야 한다. 애초에 벌레가 무섭다면 달빛이 쏟아지는 바닷가 위에서 기타선율을 듣는 것은 그냥 상상만 해야 할 것. 그렇게 상황은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 좋아진다.
나는 혼자서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다.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내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다른사람과 비교할 것 없이, 다른 사람을 깎아내릴 필요 없이, 상대를 위해 나를 낮출 필요도 없이 나는 나대로 소중한 사람이다. 남편의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나 혼자서 결혼에서 행복할 수 있고, 상대의 눈치를 보면서 전전긍긍할 필요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은 만큼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이다. 누가 잘했냐 잘못했냐를 속속들이 따지고, 누가 더 줬고 더 받았는지를 따지기보다, 내가 진심을 표현했음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를 알아주는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참을성있는 사람, 포용력이 높은 사람, 이해심이 넓은 사람, 세상을 넓게 멀리 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당장의 눈앞의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노력이 결과를 맺을 때까지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 상대방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 내가 견디지 못해 바로바로 회피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향 취향 표현 관점 시야를 알아채고 존중하고 지지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그릇이 대자인 사람이고 싶다. 나는 다름을 이해하며, 타인을 존중하고, 나와는 반대의 의견도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다. 상대가 나에게 아무리 상처주려고 해도, 내가 더 큰 마음으로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안아달라고 떼쓰기보다 먼저 안아줄 줄 아는 사람, 손잡아달라고 삐져잇는 것 보다 먼저 손 내밀 줄 아는 사람,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먼저 말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함께 있으면 주위 사람들도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바라는 상황이 무엇인지 내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갈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나는 오늘 행복하기로 선택할 것이다. 내 모습에 최선을 다했음을 알기에 만족하고,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으로 우아한 하루를 보낼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으로 행동하고 말할 것이다. 내가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고, 내가 받아들이고 싶은 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결정하고 선택하는 삶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