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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19. 2021

나의 영역을 지키고 가꾸기

결혼 수업에서 많이 언급되었던 영어 표현 중에 keep your side of the street clean 이라는 숙어가 있다. 나의 인생에서 내 소관인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내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것. 나의 가치와 기준에 맞춰서 나 스스로부터 행동하는 것.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실천하는 것. 내가 서있는 땅 위에서 굳건히 중심을 잡고, 내가 버린 쓰레기들을 치우며, 내가 가는 길을 깨끗하게 닦아놓기.


내가 좋은 사람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이 걸어가고 싶으면 내가 좋은 곳으로 시야를 보고 좋은 곳으로 내 발을 옮겨야 한다.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 모두 같이 가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 길에 누군가가 와서 쉬어가고 싶을 정도로 꽃과 나무도 심고 벤치도 놓고 불빛도 달아서 어두운 밤 거리에 빛이 되어줄 정도로 예쁘게 관리해놓고 싶다. 그렇게 나를 가꾸면 저절로 함께 가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 믿는다.


나는 나의 길을, 나의 영역을 지키고 내 갈 길에 집중하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다른 사람의 영역에 무엇이 있던 비교할 필요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내인생 시궁창이라고 여기며 살면 아무도 내 시궁창에 와주고 싶어히지 않는다. 디즈니 공주들처럼 시궁창같이 느껴질 법한 인생에서도 노래라도 부르고 동물들 밥이라도 주며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아남아야 한다.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물론 존재 자체만으로도 차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해서라도 건너서 쫓아가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 남편도 나를 위해 연애 때 무모하게 한국까지 여러번 와줬지만, 어쩌면 지금은 반대로 도망치고 싶어할 수도 있다. 좋은 사람들과 내가 함께하고 싶다면 그들에게 나도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고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횡단보도도 놔주고 육교도 놔주고 나의 영역에 받아들일 준비가 나도 되어야 한다.


연애나 결혼은 독점적이거나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든 따로 각자 갈 길 갈 수 있지만 지금은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너와 내가 연애한다고 결혼했다고 당연한 것이 아니라 서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었다. 보폭도 다르고 걷는 속도도 다르고 목적지도 다를 수도 있지만 서로를 위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충분히 시간을 갖고 기다려 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우리가 함께하는 동안 나도 그도 행복하기를 바라고, 각자 하고 싶은 일 꿈꿔왔던 일 등 모두 이룰 수 있기를 바라고, 서로에게 시간낭비가 아니라 자기계발하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목적지가 다르다면 그 사실도 받아들일 수 있기를, 서로의 갈 길을 존중해줄 수 있기를, 편히 보내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는 그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간다.







내가 나의 길을 나의 영역을 깨끗하게 따뜻하게 잘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긍정적인 기운을 주고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약점이나 단점, 한계를 인정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용기도 있으며 완벽하지 않은 나의 모습에 충분히 만족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기쁜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고 소식을 전해주고 싶은 사람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함께하고 싶은 사람

힘든 일이 있어도, 엄청난 사고를 쳤어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예측할 수 없는 인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함께 가고 싶은 사람

포용력과 이해력이 넓어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

거절당할까봐 두려워할 필요 없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

함께하는 시간이 감정적으로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

잘못을 숨기거나 죄책감을 유발하지 않고 충분히 반성하면 용서해줄 줄 아는 사람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상황은 항상 그렇게 생각처럼 계획처럼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정말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내 인내심이 끊기고 내 의도와는 다르게 감정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도 분명 있다. 누구에게나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없는 감정기복이 찾아오면 나도 모르게 급발진할 때도 있다. 


가끔 인간은 호르몬의 노예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아무리 채소 위주의 식습관으로 바꿔도 아무리 주기적으로 운동을 해도 아무리 규칙적인 수면과 생활습관을 들여도 인간도 동물이니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우리는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내가 감정기복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난 그냥 그런 사람이야 내가 원래 그런데 어쩌라고 하면서 상대에게 이해를 강요하기 보다는 감정기복이 생겨도 나의 상태를 알아채고 나의 감정과 태도, 언행에 책임을 지는 것이 진정한 어른스러움일 것이다.


그리고 그 주기에 맞춰서 필요하다면 대비를 해야 한다. 감정기복이 호르몬 불균형의 문제라면 호르몬 치료를 받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시기가 온다면 식단이나 건강보조제 또는 상비약을 준비해놓거나, 부정적인 에너지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생긴다면 그 에너지를 운동같은 건전한 방법으로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규칙적이고 안전한 성경험은 건강에 필수라는 것이다. 신체건강이든 정신건강이든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준다고 한다. 행복 호르몬을 분비시켜 주고 뇌기능을 개선하고 면역체계를 향상시키며 심혈관에도 좋다고.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적어도 나에게는) 아예 그 존재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은밀하게 감추고 숨기고 아닌 척 모르는 척 하는 게 당연한 게 된 것 같다. 요즘은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리고 말은 안하지만 항상 만족스러운 관계를 가질 수는 없다는 것도 경험으로 안다. 이미 섹스리스 부부들도 많고 그로 인한 여러 문제들도 많을 것이고... 그렇기에 내 몸을 알고 나의 욕구를 알고 그것을 내가 채울 방법을 알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아무리 부부라도 남편에게 예속되거나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독자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나의 호르몬 주기를 인식하고 있고, 내 몸의 변화를 알아채고, 건강한 식습관, 운동, 수면, 체온, 생활습관 등으로 나를 돌봐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나에게 줄 수 있는 나 자신. 그것이 진정한 독립. 주체적인 선택. 궁극적인 자립이 아닐까?





사족 1.


고등학교 때 내가 즐겨보던 미드가 있었다. How I met your mother. 그 당시 유교걸이 보기에 정말 드라마라서만 가능한 일들이 정말 많이 나왔었다. 예를 들어서 You need to get laid 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던지, 관계를 안? 못? 한지 며칠이나 됐냐고 묻거나, 원나잇을 위해 술집이나 클럽에 가는 것도 당연하고, 급기야 전여친와 파트너까지? 약간 섹스엔더시티 남자편 느낌인가 싶기도 하고...


여담이지만 주인공은 전여친이랑 헤어져도 친구로 계속 남았다가 전여친이랑 쉐어하우스 개념으로 동거까지 하다가 파트너였다가 전여친과 절친과 사겨도 헤어져도 다 같이 친구로 계속 잘 지내고 나중에 결혼할 아내와도 친구로 지내고 결혼식에도 다 초대하고 자녀들에게도 이모라며 다같이 잘 지내는 관계라니... 웩.


너무 개방적이고 억지스러워서 나는 중간에 보다 말았는데...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복잡한 관계가 생각보다 실제로도 정말 많다. ㄷㄷ (아닌 사람도 많음) 아무튼 그렇게 동물적으로만 살면 스트레스 받을일은 없겠다 싶다. 이런 관계들이 동물적인 본능이 우선되서 가능한 걸까 아니면 그것들을 모두 인정하고 포용하는 문화사회적인 역량이 높아서일까...;;; 어느 쪽이든 정말 대단하긴 하다.





사족2.


I’ve been responsible for my own orgasms since 1982.


내가 좋아했던 또다른 미드 Big Bang Theory 에 나오는 남자주인공의 어머니 이야기. 남편과 사이가 안 좋은데 굳이 남편에게 매달리고 나 좀 봐달라고 관심을 구걸하고 내가 여자로 안느껴지냐고 애달파 할 필요 없이 그냥 내 살길 찾아가는 게 나을까? 그치만 아무리 그래도 사랑없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할 필요가 있을까? 남은 여생을 혼자서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나는 그런다고 하더라도 남편은 정직하게 결혼을 유지할 수 있을까?





사족3.


히스테리아 라는 영화가 있다. 여성의 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억압받고 차별받던 사회적 인식과 인권을 보여주는 영화. 기원전 4세기 의학사 히포크라테스는 여성의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자궁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이동했을 때 생기는 병으로 진단하며 히스테리라는 병명을 붙였고 남편과의 성관계를 처방했으며, 남편이 없는 경우 마사지라는 물리치료를 제공하였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여자의 모든 문제는 자궁으로 치부해버리고, 그 문제를 남자가 치료해줄 수 있다는 왜곡된 지식과 무지에 상당히 만족하며 의사의 본분을 다했다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이 영화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이 난치성 여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의료기기도 만들어 활용했고 나중에 보급까지 되었다는 스토리. 옛날옛적부터 내려온 여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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