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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1. 2024

외노자가 관찰한 ‘보스’의 화법(1)

반면교사

나는 한국어가 모국어이고

영어를 외국어로 배웠다.


옛날 회사에서는 같은 처지의 외노자들이 많아서 일하기 편했는데 (체감상 8:2)

지금 회사는 토박이들이 대부분이라 원어민의 비율이 훨씬 더 많다. (체감상 2:8)




드라마도 많은 우리 사무실,

일 때문에 머리가 과부하되면

진짜 뇌도 안 돌아가고 말도 잘 안 나온다.

한국말도 생각 안 나는데 하물며 영어는 뭐...


그런 상황에서 (전)팀장님의 화법은 더더욱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팀장님, A는 이런 상황, B는 저런 상황입니다. 이 항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라는 질문에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 딱 방향을 제시해 주거나

할 수 있다, 없다, 맞다, 틀리다, yes냐 no냐 바로 결정을 내려줘야 하는데




그 분과의 업무상 대화 특징은


1.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내가 전에 일했던 회사에서는 어떻게 저떻게 했었는데~~” 이러고 끝.

아니 지금 여기 우리 회사에서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요, 내규가 다른데...


2. 일반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기만 한다.


“A는 이러이러니까 이런 상황인 거고, B는 저러 저러니까 저런 상황인 거다.” 계속 설명만 함.

아니 그건 문서 보면 다 나와있잖아요. 그걸 어떻게 처리할 거냐고요...


3. 규정만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는 이런 조항도 있고, 저런 상황에는 저런 조항도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만.

규정은 알겠는데,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으니 확실하게 결정해 주는 것도 팀장님의 일 아닙니까...


4. 본인이 하는 일을 설명한다.


“내가 담당하는 일은 이러 이런 부분이다.” 끝

그럼... 나보고 이 일은 어쩌라는 건가요...


5. 책임을 미루는 듯한 대답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저런 상황에서는 저렇게 됐었어야 한다.”

아니 다 끝나고 얘기해주지 말고, 그 상황에서 정확하게 팀원들에게 누구는 이 일을 맡아서 확인하고 누구는 저 일을 담당하라고 업무 분담을 해줬어야 하지 않겠냐고...




이게 사람 미치게 만드는 게,

내가 질문했을 당시에는 아무 말 없다가

나~~중에서야 내 탓을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나 입사하고 팀장님 퇴사하기까지 3개월이 안 됐는데

그 사이에 몇 번이나 억울해서 팔짝 뛰고 탈주할 뻔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팀장님께 하는 말도 프로페셔널하지 못했다.

또 나에게 탓을 돌릴까 봐 방어적인 표현을 많이 했다.


누가 나에게 어떤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하면 바로

“혹시 뭐가 잘못됐나요?” 하고 물었다.


내가 뭔가 잘 못 알고 있는 걸까 봐 사소한 부분을 짚어가며

“그러면 이 부분은 구체적으로 이렇게 하면 되나요?” 하고 허락을 구했다.


무언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건의할 때에도

“~~~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하고 물었다.


팀장님의 애매모호한 대답 끝에도

“그러니까 결론은 이렇게 하라는 말씀이시죠?” 꼬치꼬치 캐 물었다.




어떻게 보면 신입사원이 부장급에게 따지듯이 들렸을 수도 있었겠다.

아무리 수평적인 문화라고 해도 조직이 수직적인 건 어디나 마찬가지니까.


근데도 답변을 듣기가 어려웠다.

“그런 이슈는 사원 급에서 알아서 처리하고 보고만 받았었어. 하지만 전에 있던 사원은 20년 가까이 일했으니까 업무에 더 숙련되었긴 했지.”


2개월 따리와 20년 실무자를 비교하다니...

그래 비교해도 좋다.

그러니까 대체 이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라는 거냐고요???!

딴 거 다 필요 없고 그거만 대답해 주세요!!!!!




회피형 팀장님과 일하다가

부서개편 이후 선임 부장님의 등장으로 보고체계가 변경됐다.


반면교사였던 팀장님과는 반대로

선임 부장님의 화법은 진심으로 배우고 싶을 정도였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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