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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인 Dec 27. 2021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중국을 여행하는 법 01


중국에 처음 출장으로 간 것이 2008년 봄 무렵이었다. 


한창 소파를 수입하려 알아보던 때인데

처음에는 이리저리 가구쇼를 찾아다니며 아이템 서칭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맘에 드는 소파 업체를 만났고

공장 견학도 하고 계약도 할 겸 베이징 외곽의 공장으로 직접 찾아갔다. 


베이징 공항까지는 어찌어찌 찾아가고

거기서 중국 유학생을 소개받아서 가이드와 통역을 맡겼다.

차를 렌트를 했던가 그냥 택시를 이용했던가 

여하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물러 물어 그 공장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그걸 어떻게 하지? 하고  엄두가 안나던 일도 

막상 찾다 보면 다 길이 있었다. 

인터넷 대사관 현지 교회 그것도 안되면 현지 절. 

내가 이메일 주소나 업체 전화번호라도 알 수 있는 곳은 모두 직접 연락하고 메일 보내고 

그러다 보면 대충 그림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한국 선교사님들의 활약과 교회 형제 자매님들의 커넥션은 그야말로 대단해서

사실 세게 어느 작은 도시나 현지 한인회 사이트 혹은 사역 목사님 

특히 사모님 전화번호만 손에 넣으면 게임 끝이다. 



목사님 사모님은 언제나 교우들의 사업의 흥망성쇠를 붙들고 기도 또 기도 하시니까

그분을 통하면 유학생 통역 알바나 수출입 오파상 하실 분은 쉽게 연결받을 수 있었다. 

하다못해 교인 차를 하루 렌트할 수도 있다. 

친절한 한 국교인의 에스코트와 운전 서비스는 덤으로 따라온다.


그러니 사업차 **시로 출장을 계획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 땅이 어디 달나라 영토가 아닌 이상 '** 한인교회'라고 꼭 검색을 해보시길.  


당시 중국 전체가 베이징 올림픽 준비에 한창이던 때라 

온 도시가 공사판이었다.


여기도 공사 저기도 공사 건물을 올리고 경기장을 짓고 부족한 도시 시설을 정비하느라고도 바빴지만 

역사적으로 참 끈질기게 지저분한 중국인들이 생활 습관을 고치느라고도 온 나라가 바빠 보였다.

홍보하네 계몽하네 걸고 외치고 설득하고 북새통이었다. 


하지만 수천 년을 내려온 전통과 끈기의 비위생 습관이 어디 그리 쉽게 고쳐지겠는가.

별의별걸 다 가르치려 드는 것이 외지에서 온 내 눈엔 온통 신기했다. 

특히 머리를 자주 감고. 목욕을 자주 하라는 캠페인이 한창이었다. 



물이 부족한 내몽고나 알라스카 히말라야 부족들도 아니고 

머리들은 또 왜 그렇게들 안 감는 걸까. 

특히 남자들의 머리 상태가 심각해서 굳이 어디 가까이 앉아야 하는 자리라도 있으면

눈을 게슴츠레... 하게 뜨고 딴생각하면서 

너무 세세히 안 보고 그 사람 머리를 안쳐다 보는 게 수였다.


머리를 자주 안 감아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여하튼 처음에든 동동 기름 같은 걸 단체로 바르나 보다... 했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안 감는다고 했다. 


옆에도 뒤에도 다들 안 감으니까 나도 안 감는다 뭐 대충 그런 분위기 인가?

머리 자주 감기 캠페인까지 있는 것을 보고 

아.. 자기들도 심각한 줄 알긴 아는구나 아니 다행이다 싶었다.      

 

때가 여름이어서 그랬겠지만

중국인들은 특히 중년의 남자들은

(계속 남자만 ㅋㅋ오해 마시라 남혐 주의자는 아니다)

거리에서 웃통을 벗고 있거나 

메리야스인지 내복인지를 

배부분을 확 까 제끼고 다니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대도시에서도 거리 하나만 들어가도 

여기서 저기서 허연 배를 내밀고 거리를 지나는 아재들을 어디서나 풍부하게 만났다.

아장아장 포동포동 귀여운 아기가 한여름에 동네 길모퉁이에서 웃통 벗고 뛰어다니면 

모르는 애기라도 에고 귀엽다 금방 미소가 번지는데  

다 늙은 중년 남자의 피둥한 배를 좁은 골목길에서 자꾸 만나니까 

눈둘데를 모르게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국가적으로 시행하고 있던 사업.

화장실 개선 사업

전통 중국 화장실이 황당하다고 말로는 들었었는데 

내가 출장이나 여행을 가서 들르게 되는 호텔이나 세미나장이나 

이런 동선상의 화장실들은 어디나 깨끗했기 때문에 

다른 화장실들이 어떤지는 경험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 소파공장에 견학 갔을 때의 일이다. 


한창 상담도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두런두런 시간을 보내는데 

아까부터 그 사람들이 권하는 따듯한 차를 주는 대로 받아 마셔서 그런지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으니 순간 통역도 거기 관계자들도 

약간 당황하는 모습이 비쳤다. 


좀 더러운가? 뭐 어때 다 그렇지 

우리도 시골은 비슷하지 뭐... 나는 최악의 경우 푸세식까지는 참아내니라. 

나도 나이가 어리지 않아서 어릴 때 서울 안에도 아직 푸세식 화장실을 쓰는 집이 많이 있었고

세배하러 다녔던 친척집 중에도 푸세식을 쓰는 집이 종종 있었다. 

그래 그 정도는 각오하자.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중국을 여행하는 법 0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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