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자 인생이 달라졌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
글쓰기란 존재를 세상에 만들어내는 순간이다.
글이 된다는 것은 존재의 시작이, 탄생을 의미한다.
최근 서랍 구석에서 20대 군대 시절과 유럽 여행에서 적은 일기장을 발견했다.
그 속에는 각각 그때의 추억과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이야기지만, 그 기록 덕분에 나는 다시 그때의 나와 만날 수 있었다.
최근 나는 20년이 지난 지금의 시선으로 삶을 재해석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20대의 내가 남긴 글을 다시 보며 깨닫는다. 기억과 느낌은 세월이 흐르며 어떻게 달라지는지, 또 깨달음은 얼마나 더 깊어지는지.
그렇게 기록이 주는 의미를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무언가를 적고 있다면, 그 순간을 온전히 느껴보길 바란다.
빈 하얀 종이에 글씨가 새겨지는 것은 단순한 낙서나 문자 배열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의미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이다.
나는 때때로 내 생각들이 언제 사라질지 몰라 불안하다. 어떤 생각들은 나도 모르게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또 어떤 것들은 정의되지 않은 채 떠돌고 있다.
어쩌면 생각들도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그것은 하나의 몸짓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결국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줘야 꽃이 되듯, 생각에서 글이 되지 않으면 그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다.
생각은 아직 세상에 온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생각은 존재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과거에는 '나는 생각이 많고, 깊이 사색하는 사람이야.'라는 말로 그 생각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여긴 적이 있었다. 물론 깊은 사색, 그리고 경험이 내 몸과 정신에 축적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하지만 글이 되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추억이라 해도 다른 기억에 밀려 희미해지면, 더 이상 꺼내 볼 수 없게 된다. 경험도 마찬가지다. 기록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의미가 흐려진다.
'결국, 글은 생명이다.'
글은 생각과 기억, 경험을 세상에 존재하게 한다.
어릴 때 일기를 쓰면 누가 볼까 봐, 속마음이 들킬까 부끄러움과 두려움으로 망설였던 적이 있다. 그때, 아무도 보지 않도록 잠가 두더라도 글로 더 많이 남겨둘 걸 후회된다.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아도, 기록된 글은 살아 숨 쉬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그동안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정말 제대로 깨닫는 순간이 있다.
수많은 곳에서 "기록하라"라고 들었지만, 20년 전의 기록들과 20여 년 후 내가 재 재해석한 글들이 만나는 순간이 바로 그런 깨달음의 순간이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글이 될 때, 진정 깨어난다.
이 글을 지금 누가 보고 있는 건 중요하지 않다. 글이 되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존재는 언젠가, 그리고 어디선가 반드시 커다란 의미가 된다.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당신도 글을 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