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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를 꿈꾸던 I, 나는 너무나 E가 되고 싶었다

필요한 순간, 최고의 내가 되기 위한 결심

by 여지행

나는 늘 외향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회적으로도 외향적인 성향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더 많은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믿어왔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외향성을 기르기 위해 애썼다.


40여 년의 인생에서 내향적으로 소심한 태도가 나에게는 늘 걸림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고, 더 활발히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익숙해지면 자연스러워질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아무리 반복하고 훈련해도, 내면의 본 성향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즐겁지만, 그 과정에서 상황을 리드하고 맞춰가다 보면, 담감과 불편함이 늘 존재했다.

마치 내가 나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천정명이 소개팅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는 말했다.

"연예인들 중에도 내향적인 사람이 많아요. 저도 내성적인 I예요. 배우들 중에도 I성향인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연기를 하는 순간,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스위치가 바뀌어요. (완전히 달라져요)."

'에너지를 잘 간직하고 있다가, 퍼트려야 할 때 퍼트릴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거예요.

이 대화를 듣는 순간, 머릿속이 환해졌다.

중요한 것은 ‘항상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순간에 집중력 있게 적극성을 발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근에 나는 업무 관련으로 강의를 의뢰받게 되었다. 이걸 해내기 위한 부담감에 제안을 거절할까도 고민했지만, 이런 도전이 나에게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거 같아 해 보기로 결심했다.

전문 강사 아니어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좋 전달자가 고 싶었다.


그동안 내성적인 상향을 반드시 극복하고 변화를 줘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 보려 한다. 강의하는 그 순간만큼은 나의 이야기를 듣는 그 청중들에게만큼은 나는 최고의 E(외향형)가 될 수 있다. 내 본래의 I성향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성향 덕분에 더 깊이 사고하고, 더 신중하게 확신 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외향성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 나의 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집중하는 것이다.

그 깨달음 하나로, 나는 한층 더 자유로워졌다.


'나는 이제 나 자신을 바꾸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필요한 순간 최고의 내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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