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만하면.

일상 속의 조그만 행운들

by 아이린

당신이 쥔 패가 형편없다고, 너무나 큰 실패를 겪었다고, 얼마나 힘든 상황을 견뎌 왔는지 아느냐고 더는 징징거리지 말라. 당신보다 더 많은 단점과 더 큰 장애를 가졌음에도 더 큰 성취와 부를 이뤄 낸 사람이 셀 수 없이 많다. 행운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분배된다. 행운의 여신은 모두에게 햇살을 내린다. 그러니 우산 속에 얼굴을 감추지 말고, 얼굴을 들어 하늘을 보라. 결국 모든 길은 당신에게 통한다. 그 외에 다른 길은 없다.

대런 하디


큰돈은 아니지만 2월에 해야 할 수술비에 보태라고 도움을 받았다. 대단한 수술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조금씩 모은 돈으로 어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수술 예약을 하며 조심스레 수술비가 얼마나 나올까 물으니 내가 가진돈의 네 배도 넘는 금액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진단을 위한 수술인데 그냥 절개하고 검사하는 게 그 정도 드느냐 물으니 그렇단다. 수술비 외 입원비 검사비 하면.. 눈앞이 캄캄했다. 병원 한구석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눈물만 나왔다. 정신을 차리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상황을 이야기하니 카드 결제 하게 카드를 빌려 주겠다는 사촌여동생 그리고 걱정 말고 수술하라고 큰소리치는 동생 그리고 소액이지만 내게 보낸 친구 그리고 오늘 받은 도움. 전액이 마련되지는 못했으나 일단 수술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절제결과 악성이 아니어도 내가 가진 유전 질환 탓에 방사성 동위원소? 아무튼 그런 약제를 먹어야 할 수도 있다는데..


지독한 우울에 빠져 있던 기간에는 내일 눈을 안 떴으면 하고 바란 적 있다. 그랬더니 오히려 그나마 좀 자던 잠도 잘 못 자게 되어버리지 뭔가. 이제 뭔가 앞으로 나가며 살아보려 결심한 순간 선고받은 병.. 여느 때처럼 내 몸을 괴롭히는 난치성 질환이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겁을 먹었다. 아마 나는 살고 싶었나 보다. 오히려 찬물을 뒤집어쓴듯한 충격이 살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켜줬다. 위의 인용글귀처럼 절망이라는 우산 속에 우울이라는 우산 속에 얼굴을 감추지 말고 하늘을 보라고 내게 말해줬다. 괜찮은 삶이다 이만하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있고 더디어도 한걸음 한걸음 나가고 있으니.. 언젠가는 나도 이렇게 도와준 이들처럼 나의 지경을 넓힐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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