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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빼이 Aug 18. 2022

초빼이의 노포 일기 [서울 명륜동 명륜칼국수]

휴가를 내서라도 꼭 가야 하는, 그런 국숫집

우리나라에서 면 음식, 특히 밀가루를 이용한 면 음식이 대중화된 것은 언제일까? 

밀가루의 대중화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밀 지원을 통해 밀가루가 통용되면서 대중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 이전에도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밀가루 자체가 워낙 귀하고 비싼 식재료였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접근성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한국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밀가루를 이용한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고 60년대 후반 박정희 정권의 '분식 장려운동'을 통해 한국인 끼니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며 우리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이 시기에 일본에서 들여온 기술로 인스턴트 라면을 공장에서 생산하게 되며 대중화의 불을 댕겼고, 가정집에서는 분식으로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먹으며 친숙해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의 식생활에 '밀가루=칼국수'의 공식이 성립되기 시작하면서 우리 음식점 업계에는 칼국수 집들이 성행하게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서울에서도 성북동과 혜화동 일대는 국시집, 혜화칼국수, 명륜 손칼국수 등 유명한 칼국수 집들이 즐비한 칼국수의 오래된 성지. 그중 가장 최애 하는 칼국수 집은 바로 명륜 손칼국수.

명륜동이라는 지명은 성균관(지금의 성균관 대학교)에 있는 '명륜당'에서 기원하였는데, 이 칼국수 집의 이름도 명륜동에서 따 온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명륜칼국수는 혜화동 로터리에서 성북동(또는 올림픽 기념관) 쪽으로 쭉 올라가 보면 찾을 수 있는 곳인데, 이 집은 찾아가기도 어려울뿐더러 찾는 시간도 잘 맞춰야 하는 집이다. 


11시 반에 장사를 시작하여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데 보통 2~3시 정도이다. 필자도 몇 번이나 시간을 놓쳐 발길을 돌려야 한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 웬만한 '연'이 아니고서는 맛조차 볼 수 없는 집. 직장인이라면 휴가를 사용하여 마음먹고 찾아야 할 정도로 만만치가 않은 곳이다. 


이 집 칼국수는 멸치 육수가 아닌, 소고기를 푹 삶은 국물에 손으로 치댄 칼국수 면을 삶아 낸다. 

고기 육수에 밀가루의 전분기가 풀어져 굉장히 걸쭉하고 진한 국물로 재탄생하는데 이점이 바로 이 집 칼국수의 가장 큰 특징. 칼국수가 나오자마자 그릇째 들고 육수를 한 모금 마시면 왜 이 집 칼국수가 최고인지 쉽게 이해된다. 웬만한 해장국집의 그것보다 훨씬 해장에 좋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을 정도. 



많은 칼국수집이나 평양냉면 집에서 수육과 같은 안주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육수를 내기 위해 삶은 고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 맛 좋은 고기육수가 있는 집이 맛 좋은 수육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툼하게 썰어 낸 수육은 좋은 고기를 오래 삶아내어 부드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젓가락으로 수육 한 점을 들어 보면 얼마나 잘 삶아졌는지 젓가락 사이에서 고기가 찰랑대면서 탄성 있게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비주얼을 보이는데 맛이야 어떨까? 


수육이나 문어 단일 안주를 주문하지 않고 '반반'을 주문하면 문어숙회도 접시의 절반 정도 양으로 담겨 나온다. 한 번에 두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 함께 나오는 초장에 숙회 한 점 찍어 먹으면 도저히 낮술의 유혹을 참을 수 없다. 맨 정신으로 이 집을 나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기에 다시 한번 휴가를 쓰시라 권유하고 싶다. 


그러나 명륜 손칼국수를 보고 있으면 또 한편으로는 아련한 마음도 든다. 

워낙에 사장님이 부지런한 분이라 새벽부터 나와 고기를 삶아 육수를 만들고 면을 만들어 내서 최고의 음식을 선보일 수 있지만, 이젠 세월의 흐름을 비켜가지 못하여 육체적인 한계에 직면한 듯 한 느낌. 게다가 이 어렵고 고된 일을 이어받을 분이 없는 것 같아 현재 사장님에게서 대가 끊어질 수 있으니 이 집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움도 크다.  


영업이 가능할 때, 그리고 아직 영업하고 있을 때 부지런히 드나들어야 하는 집 중의 하나. 

부디 명륜 손칼국수. 


[메뉴추천]

1. 1인 방문 시 : 칼국수 또는 설렁탕 1 + 소주 1 (참고로 혼자 방문하여 칼국수에 반반을 놓고 소주를 한 적이 있다)

2. 2인 이상 방문 시 :  칼국수 (인원수) + 수육이나 문어 또는 반반  + 소주

* 개인의 취향에 의한 추천이니 절대적인 것은 아님. 적어도 사람 수만큼은 주문해야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추가 팁]

1. 가게 앞에 약 3대 정도의 주차공간이 있으나, 워낙 경쟁이 심해 주차하기 힘들다. 

2. 근처 올림픽 기념관의 공공주차장을 이용하고 걸으면 약 2~3분 정도 거리임 

3.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무, 때에 따라서는 토요일도 영업을 안 할 경우도 있었다.(인천에서 찾아갔으나 다시 돌아온 경우도 있음)

4. 오전 11시 반부터 영업 시작. 재료 소진 시까지. 일찍 소진되기 때문에 3시를 넘긴 적을 못 보았음. 

5. 근처 성북동과 북악산 드라이브 코스가 추천할 만하고 인근 카페도 많다. 아래쪽으로는 대학로도 자리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6. 식사 후 천천히 혜화동 로터리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오랜 기와집들도 눈에 들어오고, 인근 성균관 대학교도 볼 수 있다. 명륜동에 왔으니 명륜당도 한번 보면 좋을 듯하고 인근 창경궁 등의 고궁도 가시권에 있으니 서울 고궁 관광도 나쁘지 않다. 

7. 대학로에서 공연을 보는 것도 권장하고픈 코스.  

8. 성북동 쪽으로 올라가면 북악산 드라이브 코스와 인근 카페들을 볼 수 있으니 이 또한 나쁘지 않다. 

   드라이브 코스를 길게 잡고 삼청각 쪽으로 방향을 잡아 서촌 쪽으로 오는 길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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